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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시위와 파업

    [단독] "월급 40만원 덜 주려, 정책 왜곡 거짓말까지"···한국공항공사가 부른 14개 공항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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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14개 공항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낙찰률 92%, 저임금·산재 시달려
    공공기관 자회사 낙찰률 100% 정책 무시
    "열악한 환경에 2030 직원 퇴사 악순환"
    공항공사 정부 정책 어기고도 거짓 해명


    한국일보

    한국공항공사가 한국일보의 질의에 보내온 서면 답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과 배치되는 의견을 사실처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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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김포, 제주, 양양 등)의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공항공사 자회사 3곳의 노동자는 5,200여 명. 노조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임금은 248만 원이며, 공사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낙찰률 92%(예정가격의 92% 금액으로만 사업 계약)'를 적용하면서 월 급여 40만 원가량을 덜 받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사가 낙찰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 정책을 왜곡하는 등 여러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미 2020년 하청 단가 낮추기 주범인 낙찰률을 공공기관 자회사에는 적용하지 말도록 지침을 만들고 권고했지만, 공항공사는 한국일보의 질의에 "그런 정부 정책이나 지침은 없다"고 사실상 허위 주장을 했다. 또한 "낙찰률을 올리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두 공항공사가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한국일보

    지난달 2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전국공항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불공정 계약 폐기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총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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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개 공항 파업 이유, 낙찰률 때문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공항공사 자회사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항노조)는 지난 10월부터 파업에 나섰다. 이달 7일부터 노조 간부 파업(무안공항은 전면 파업)으로 전환되며 공항별 운영에 큰 차질은 빚어지고 있지 않지만 갈등은 지속 중이다.

    이유는 낙찰률 때문이다. 여러 업체가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경쟁할 경우 더 싼 값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을 해 비용을 아끼는 제도다. 예정가격이 100원이지만 실제 계약한 금액이 92원이라면 낙찰률은 92%가 된다.

    하지만 낙찰률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노동자 임금이 깎이거나 안전 투자에 소홀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더구나 공항공사는 운영, 보안, 유지관리 업무에 대해 경쟁입찰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쟁자가 없음에도 경쟁입찰에나 쓰일 낙찰률 제도가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0년 3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낙찰률 관행 개선(종전 관행에 따른 낙찰률을 임의 적용하지 않도록 함), 예정가격 산정 합리화(노임단가 등 모든 비목에 대하여 원가계산가격의 100% 적용)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공항공사의 연도별 낙찰률은 △2019·2020년 87.995% △2021년 90.0% △2022·2023년 91.0% △2024년 91.5% △2025년 92.0%였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부는 2020년과 2021년에는 낙찰률 자체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내리 3년간 낙찰률을 임의 적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회사 계약 단가 후려치기···저임금 고통, 산재 빈발


    노조는 낙찰률 제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월 40만 원가량 임금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최인주 공항노조 중부본부장은 "낙찰률을 100%로 책정할 경우 자회사 노동자들 평균 임금은 286만 원이지만 낙찰률이 92%로 책정되면서 248만 원으로 낮아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자회사 신입 노동자들의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현재 공항공사는 KAC공항서비스(공항종합 운영), 남부공항서비스(남부권역 시설운영 및 유지관리), 한국공항보안(항공보안 업무) 등 3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숫자만 5,200명에 이른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공항보안 신입 노동자 기본급은 월 190만 원가량이다. KAC공항서비스와 남부공항서비스는 신입 노동자 기본급이 210만 원 수준이다. 올해 월 기준 최저임금이 209만6,270원인 만큼, 자회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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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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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낙찰률 제도로 예산이 제한되면서 안전 투자에 제약이 생기고 산업재해 발생 위험도 높다. 공항공사 자회사 3사의 연도별 산재 현황을 보면 △2020년 28건 △2021년 15건 △2022년 28건 △2023년 29건 △2024년 36건 등 총 136건이다.

    실제 재해 사례를 살펴보면 2020년 3월 2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고 2024년 9월 16일에는 대구공항 활주로에서 조류퇴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불발탄을 제거하던 중 탄약이 폭발해 부상을 입었다. 노조는 "사망사고를 포함해 연평균 27.2건의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며 "저임금으로 인력이 유출되면서 숙련인력이 부족해 산재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경조 휴가만 가도 인건비 제외


    공항공사 정책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결원 정산제도'다. 이는 노동자가 무단이탈하거나 장기 휴가, 휴직 등으로 결원이 생길 경우 해당 분만큼의 인건비를 제외하는 제도다.

    현장에선 법적으로 보장됐거나 의무사항인 경조휴가, 출산전후 휴가,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참가, 노조 활동까지 결원 정산제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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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열린 '전국공항노동자 총파업 대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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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노동환경으로 젊은 직원들이 공항을 떠나고 있다. 자회사 남부공항서비스는 지난해 총 54명이 퇴사했는데, 20·30대 직원이 3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다른 자회사 KAC공항서비스는 지난해 총 68명 노동자가 퇴사했는데 2030세대가 44명으로 압도적 숫자를 보였다. 최 본부장은 "휴가를 쓸 때도, 민방위 훈련을 갈 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낮은 임금에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도 낮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계속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노조는 낙찰률을 100%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제시한 구체적 안은 2026년 낙찰률을 98.5%까지 올린 뒤 2027년 100%를 달성하는 내용이다. 2년간 낙찰률을 8%포인트(p) 높이면서 인건비와 연차수당, 대체비용, 상생협력프로그램비 등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결원 정산 제도처럼 노동자에게 불리한 경영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흥택 공항노조 위원장은 "낙찰률 임의적용과 결원정산제도 등 불공정한 계약 관행으로 매해 16%에 달하는 자회사 직원들이 이직하고 있다"며 "갑질 계약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노동자의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박탈하는 몰상식적인 계약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항공사의 이상한 해명···부처들 일제히 반박


    공항공사는 자회사와 수의계약은 실제 필요한 예산보다 높게 예정가격을 설정한 뒤 낙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낙찰률 100%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필요한 예산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근거나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공사는 "령, 지침, 정부 정책 등 어디에도 자회사 위탁계약 낙찰률을 100%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은 없다"고 항변했다. 또 낙찰률을 전년 대비 7% 이상 상승시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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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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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낙찰제도에서는 고정된 원가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낙찰률이 얼마 이상일 때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원가가 보장되는가'라는 질문에 "수의계약을 맺은 자회사가 보유한 기술과 인력으로 (낙찰받은 도급금액을) 최대한 쓰는 것"이라며 "공항공사가 계산한 원가와 예정가격은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의 틀이라 낙찰가격이 정해지면 그것을 토대로 원가계산서를 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부, 공정회, 기재부 등 정부 부처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우선 노동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정부는 낙찰률 100%를 반영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모회사 경영 평가에 낙찰률 100% 반영 여부를 주요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권고 사항이 곧 정부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어디에도 낙찰률 100%를 적용하라는 내용이 없다는 공항공사 설명과 배치된다. 또 "지금까지 공공기관 자회사 수의계약 낙찰률을 올렸다는 이유로 부당지원행위로 판단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며 "부당지원행위를 이유로 낙찰률을 올리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도 공항공사 주장에 의문을 표했다. 우선 공항공사 설명처럼 '낙찰률을 7% 이상 올리면 부당지원행위가 될 수 있다'는 규정 자체가 없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할 때 서로 다른 두 회사 간 낙찰가격 차이가 7% 이내를 안전지대로 보는 규정이 있을 뿐"이라면서 "낙찰률을 7% 이내에서 인상해야 한다는 말은 이해가 안 된다. 특히 낙찰률은 비율이다. 비율을 어떻게 7% 이내로 정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공항공사 주장은 전년도에 낙찰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전제하고 해당 가격으로 계약을 하기 위한 주장 같다"며 "수의계약 내용이 전년도와 같건, 다르건 매년 물가가 바뀌는데 전년도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전제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공공기관과 자회사 간 수의계약은 낙찰률을 100%로 책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특히 '예정가격을 높게 잡아 낙찰률 100%는 불가능하다'는 공항공사 입장에 대해 "공공기관 자회사 수의계약은 모회사가 예정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낙찰가격을 낮출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이 책정한 원가와 예정가격에는 기본적인 노무비, 운영비 등이 다 계산된다"며 "낙찰률이 정해지면 그 비율에 맞게 원가계산서를 다시 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쟁입찰에 적용되는 이야기로 자회사와 수의계약에는 낙찰률 100%가 원칙이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적자경영 여건에서도 낙찰률을 87.995%에서 순차적으로 올려 92%로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결원 정산제도에 대해선 "미채용, 휴직 및 휴가자 증가로 인력 미투입 사례가 빈번해 적정 과업 이행과 품질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체육행사, 출산휴가,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경조휴가도 결원정산 제도 적용에서 예외로 두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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