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75.6원을 기록했다. 원화값은 지난 4월 9일 이후 최저치다.(환율은 상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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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올해 10월 말 기준 89.09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 하락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던 올해 3월(89.29)보다 낮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와 비교한 자국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2020년(100)을 기준으로 100 미만이면 해당 통화의 가치가 낮다고 본다. 국제 교역에서 원화 구매력이 상당히 낮다는 의미도 된다.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한국은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한 달 하락 폭(-1.44포인트) 또한 뉴질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정근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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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 1475원까지 내려갔다(환율은 상승). 1500원 진입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내년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해외 투자 구조, 대미 투자 합의로 인한 수출업체들의 더딘 환전 수요 등이 모두 환율 추가 상승(원화 약세)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단기 자금시장이 상당히 불안해, 단기 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가 관리하는 수준보다 높아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12월에 Fed가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에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강화한다면 12월 중순에 (달러 대비 원화값) 1500원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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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원화값의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주요 외환 수급 주체와 협의해 환율에 과도한 불확실성이나 불안정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환율은 특정 레벨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변동성 완화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환율이 1300원대에서 1500원 근처까지 움직였는데도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한 배경이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이 정도 수준이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계속 신경 써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원화 약세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흐름이라는 점이다. 선진국도 성장 과정에서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자국 통화 약세를 겪었지만,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은 배당·이자 수입이 되돌아오면서 약세가 일부 상쇄됐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해외 투자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다시 해외에 재투자된다”며 “정부와 한은이 시장을 어떻게 관리할지 보다 명확한 시그널을 제시해 기업·가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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