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돌 정원에 설치된 이우환의 '관계항-만남'. 호암미술관 |
지난 24일 찾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주변 나무들이 추위에 단풍잎을 떨구고 있었다. 호숫가를 낀 '옛돌정원'에 들어서자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반지 모양의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이우환 작가(89)의 스테인리스 스틸 설치물 '관계항-만남'이다. 흰 자갈이 깔린 바닥 위에 설치된 지름 5m의 큼지막한 작품 사이로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호수 건너편으로 눈을 돌리니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명한 '거미' 조각이 위용을 자랑한다. 2021년에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설치한 작품이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차가우면서 우아한 철판이, 다른 한쪽에는 부르주아의 강렬한 위엄을 뽐내는 거미가 서로 조응하며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관계항-만남'은 미완성 작품이다. 원래는 이 구조물 사이에 자연석 돌 두 개가 작품 사이에 설치돼야 하지만 작가는 아직 마땅한 돌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을 기다리는 과정, 그 자체도 작품의 일부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우환의 신작을 품은 호암미술관이 새로운 명소 탄생을 예고했다. 2010년 일본 나오시마에 이어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이우환 미술관이 생겼는데, 수도권에 그의 대표 작품을 상설로 감상할 수 있는 거점이 생긴 셈이다. 호암미술관은 옛돌 정원에 설치물 3점, 또 '희원'의 옛 찻집 공간에 대형 설치물과 실내 작품 3점 등을 상설 전시한다.
관람객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은 옛돌정원 구릉에 설치된 '관계항-하늘길'이다. 길이 20m의 초대형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판과 돌로 이뤄진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표면 위를 걸어다닐 수 있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표면에 비친 하늘과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작가가 2014년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선보인 작품과 유사하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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