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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이미 22%나 세금 내는데, 더 내라고?” 억울한 서학개미들 ‘분통’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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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인상 가능성

    “환율 복합적 문제, 곡해한 처방”

    헤럴드경제

    27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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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유동현·경예은 기자] 정부가 고환율 대책으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를 거론하면서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눈길을 돌리는 근본적 이유를 개선하지 않고, 과세 정책으로 규제 강화에 나서는 식은 결국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고환율의 주된 책임과 대책을 ‘서학개미’에 전가하는 듯한 대응도 시장엔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서학개미 책임론’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등 세제를 활용한 환율 안정 방안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열려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가 앞서 19일 서학개미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국내 증시에 오래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한 발언보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학개미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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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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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는 고환율의 원인을 곡해한 잘못된 처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보다 관세·기관 매도세 등 복합적인 요인이 높은 환율 흐름을 이끌었다는 진단에서다.

    현재 해외 주식을 팔아 연간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세 부담이 더 높아질 경우 해외주식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는 그대로지만 수익은 절감되는 투자지형으로 바뀌게 된다.

    당국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인상 카드는 서학개미의 환전 수요가 고환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대거 바꾸면서 원화 가치 하락(원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101억달러(약 14조8000억원)였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올 들어 288억달러(약 42조2000억원·25일 기준)로 18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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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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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증가가 환율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이는 다양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증권가에선 이에 대한 대책으로 현 22%의 양도세를 추가 인상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서학개미에 부과되는 22% 양도세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추가로 세율을 더 높인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사 양도세를 강화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학개미가 환율에 수급적인 영향은 미칠 수 있지만 환율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진행된다”면서 “양도세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돈의 투자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왜 서학개미라는 말이 나왔느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증시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자연스러운 투자자들의 심리이자 흐름인데 인위적으로 막는다면 시장 내 반발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투자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해외 주식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코스피 수익률이 높지만 변동성이 커 미국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면서 “갑자기 세금을 올리면 어디를 투자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 테크종목을 위주로 투자하는 40대 투자자 김모 씨는 “국내 경제 성장성이 좋지 않아 미국으로 투자하는 것인데 갑자기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면 이건 어쩌자는 것이냐”며 “오히려 양도세를 낮춰도 모자랄 판이다”고 토로했다.

    해외주식과 국내주식 간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교수는 “환율이 문제이고 국내 증시를 부양해야 하는 방향성이 명확하더라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국내는 양도세를 하나도 부과를 하지 않는다”며 “서학개미의 양도세를 늘리는 것 자체보다 국내는 부과를 안 하는 데 해외 투자에 부담을 더 늘린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고환율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다. 해외주식 투자 증가도 그 원인 중 하나이지만, 투자업계는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요인에 주목한다. 주요 해외 IB들은 내년도 평균 환율을 최저 1420원대에서 1470원대까지 보고 있다. 현 수준과 유사한 고환율이다. 그 이유로 꼽는 건, 수출 대기업의 대규모 직접 투자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 등이다. ‘서학개미’의 투자 동향과 무관하게 이미 구조적으로 고환율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도 유사하다. 고환율의 배경은 다양한 수급적 구조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은 대미 투자 확대와 환율 상승 속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보유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매도세도 고환율 원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기관은 국내 증시를 21조2940억원 내다팔았다. 지난해 순매도액(24조708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관세와 대미투자 확대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한미 관세·안보 분야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총 2000억달러 투자를 약속 가운데 연 200억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 이 자금을 외환 시장에서 직접 달러로 매입하지 않고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서 관세로 인해 무역 규모가 떨어지면 불리하다”며 “대미투자까지 이어지면서 환율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엔화도 고환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화 약세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연쇄적으로 원화 약세를 자극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사실 외환시장의 문제는 첫째로 엔화약세”라면서 “엔화가 약세면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 원화 약세보다는 아시아 통화 약세로 봐야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기업 경쟁력 개선이 선행되는 게 핵심이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리쇼어링처럼 국내에 자본, 즉 돈이 들어오게 하려면, 미국에 투자하면 손실이 난다는 개념보다는 한국에 투자하면 이득이 있다는 개념으로 가야한다”며 “결국 국내 증시에 투자했을 때 이익인 환경으로 만들어주면 투자 리쇼어링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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