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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시위와 파업

    “AI 3대강국 되면 뭐하나”…학교 급식 파업에 쩔쩔매는 나라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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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나라 항우·유럽 정복자 나폴레옹
    보급문제 간과해 패망의 길 들어서
    급식 비정규직 문제 수년째 반복
    기본없이 교육혁신 어불성설


    매일경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난 20일 인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구운 달걀, 주스, 햄치즈샌드위치 등 대체 급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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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승패는 보급에서 갈렸다. 아무리 전략이 뛰어나도, 병참이 무너지면 전선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중국 초·한 전쟁 때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것이나, 러시아 원정에 나선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가 병력 대다수를 잃은 것도 보급 문제를 간과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오늘날 교육 현장도 다르지 않다. AI 전환(AX)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에서의 급식 보급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급식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수년째 해결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일상 역시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다.

    지난 20일과 21일 서울·인천·강원·세종·광주 등지에서 급식과 돌봄 업무를 맡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그 여파로 학생들은 빵과 우유로 점심을 대신하거나, 일부 학교는 식사 제공 자체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교육 당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7일 추가 교섭을 앞두고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은 쉽지 않다. 기본급 인상, 근속수당, 복리후생 문제는 물론 방학 중 무임금 관행까지 갈등의 뿌리는 깊다.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다음 달 초 다른 지역까지 파업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교육부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고교학점제, 소위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굵직한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개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작 학교를 운영하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런 구상들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급식 노동자의 문제를 수년째 방치해온 현실은 단순한 미흡함을 넘어 정책 우선순위의 왜곡을 보여준다.

    학생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토대다. 그러나 그 토대는 화려한 정책이 아니라 매일 제공되는 한 끼 식사, 안정적인 돌봄,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의 존엄에서 출발한다. 교육 당국이 이제라도 방향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AI 3대 강국을 말하기 전에, 아이들이 언제나 안정적으로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나라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교육 혁신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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