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5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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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환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강화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여건이 되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가 과세를 공식 선택지로 올려놓은 셈이다.
정부는 해외주식 세율만 올리면 서학개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거라 판단하고 있다. 현재 해외주식은 연간 250만원 초과 차익에 22% 양도세를 내는데, 이걸 더 올려서라도 국내 머니무브(자산이동)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서학개미의 대미 투자가 고환율의 주원인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월 개인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68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그중 미국으로 흘러간 자금만 68억5000만달러였다. 결국 서학개미가 미국에 투자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이것이 고환율에 적잖은 영향을 줬단 분석이다.
정부의 발언이 “사실상 서학개미 금지법”이라며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적용되는 22% 세율은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투자자 과세 강화로만 대응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에 주로 투자하는 조모(30)씨는 “세금을 올린다고 서학개미가 국내 증시로 돌아올 것이란 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미국 주식 투자자라고 밝힌 누리꾼도 “국내 기업에 투자할 유인을 만들어주지도 않은 채, 해외 투자를 옥죄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개인투자자를 고환율의 범인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내린 1464.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달에만 40원 넘게 오른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1477.1원에 마감하며,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9.4원까지 치솟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환율 안정을 위한 ‘환율 4자 협의체’를 24일 구성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추가 과세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조은서 기자(j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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