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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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성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어 경기 대응을 위한 금리 정책 압력이 줄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1.8%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해 지난 5월까지 모두 네 차례(1.00%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하반기 들어 7·8·10월에 이어 11월에도 연속해서 금리를 묶었다.
한은은 1년간 이어져 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란 표현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로 대체하고,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로 바꿨다. 그동안 줄곧 유지해 온 금리 인하 ‘기조’를 ‘가능성’으로 낮추고 추가 인하 ‘여부’도 고민하겠다는 표현을 새로 넣었다.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금리 인상)으로 당장 전환하는 건 아니지만, 금리 인하를 계속 이어나갈지 불확실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금통위원들(총재 제외 6명)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포워드 가이던스)은 인하와 동결 예상이 3대 3으로 팽팽했다. 인하 의견은 10월 회의보다 1명이 줄었고, 동결 의견이 1명이 더 늘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 설명회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의 판단은 인하와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분(시장)이 받아들일 문제”라고 했다. 다만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금리 인상)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동결에서 인상으로 가는데 과거 평균 12개월 정도 걸렸는데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건 드문 일”이라며 “현 시점에서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날 국고채 3년물 등 시장 금리는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시장에서는 상당 기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인하 사이클 종료에서 인상 시작까지 약 1년 반 정도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영무 엔에치(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성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약해지면서 경기 대응으로 1∼2회 인하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금리 인하가 없어도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집값 등 금융 안정까지 고려하면 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값을 1.0%, 내년은 1.8%로 올려 잡았다. 직전(8월)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번에 처음 제시한 2027년 성장률은 1.9%로 예상했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과 글로벌 반도체 호조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웃돌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소비도 확장 재정과 경제 심리 개선으로 회복세가 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값(2.1%)은 소폭 높였다. 고환율과 관세,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조금 높아지겠지만, 2%대 초반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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