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팀이 지난 7월부터 150일간 이어온 수사를 28일 끝마쳤다. 특검팀은 대통령 격노로 인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외압 의혹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총 3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1명은 구속, 32명은 불구속 기소다. 이 특검은 “수사기간 150일 동안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부, 법무부, 외교부, 공수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180회가량 실시하고 피의자 및 참고인 300명 이상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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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채 상병의 사망을 임성근 사단장의 무리한 작전 통제‧지휘가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판단했다. 임 당시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죄로 구속기소했고, 여단장과 대대장 2명, 중대장 등 해병대 지휘관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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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격노설 확인 성과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힌 점은 특검 수사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 특검은 “수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밝혀냈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한 조직적 직권남용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격노와 그 이후 수사외압과 관련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수사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출국시킨 배경에도 채 상병 수사가 있다고도 결론 내렸다. 채 상병 관련 수사가 대통령실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한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출국시켰고, 이를 위해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6명을 범인도피죄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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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수처·차장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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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 전 부장검사 2명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 특검은 “공수처는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을 특검 출범 전 수사한 기관”이라며 “공수처 부장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의 신속한 수사와 증거 확보에 지장을 초래해 사건의 실체 규명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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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규명 못 한 구명 로비
사단장 구명 로비는 해소되지 않은 의혹으로 남았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외압을 행사한 배경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장환 목사를 주축으로 한 개신교 단체를 배후로 보고 수사했지만, 밝히지 못 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국회 등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실제론 친분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에서 김 여사를 통해 임 전 사단장 일을 처리하겠다고 했다는 진술까진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김 여사에게 구명 로비가 전달된 증거는 찾지 못 했다.
김장환 목사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국가안보실 회의 전후 주요 공직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임 전 사단장과 직접 통화한 정황도 드러났지만 관련 진술을 확보하진 못 했다. 이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직권남용 재판 과정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수사 외압의 동기와 배경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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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률 90% 불명예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대부분 기각된 점도 수사의 한계로 작용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각됐다.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하면서 특검 기간 내내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 했다. 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진호·김성진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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