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층 주민 30대 남성, 어린 딸 실종 전단지 돌렸지만 결국 사망 소식
임시 대피소서 만난 주민들도 "친구·이웃과 연락 안 돼" 발 동동
홍콩 화재로 실종된 딸을 찾는 전단지 |
(홍콩=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저와 아내는 5년 동안 딸을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밝고 활기차고 순한 아이였어요. 어떻게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짧을까요."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 '웡 푹 코트' 아파트 거주민인 정모(34)씨는 28일 연합뉴스 기자에게 "딸에게 '아빠, 엄마가 널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24층에 살던 정씨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고 했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현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집에는 정씨의 누나와 딸이 있었다. 정씨는 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불이 난 직후 딸이 누나와 함께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다.
정씨는 "누나가 맞은편 아파트에서 불이 난 걸 보고 오후 3시 13분쯤 탈출한 걸 확인했다"라며 "당시 24층에는 불이나 연기가 없던 때라 실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다. 그는 "딸과 누나는 이미 천국으로 간 것 같다"라며 "누나는 아직 실종 상태이지만, 희망이 크지는 않다"라고 했다.
정씨는 "딸은 말도 잘 들었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도와주는 착한 아이였다"라며 "이번 달에 막 다섯 살이 돼 생일 파티를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콩 퉁 청 거리 시민회관 강당에 마련된 임시대피소 |
인근 시민회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들은 친구, 이웃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천더청(71)씨는 "우리 가족은 다행히 화재 당시 모두 밖에 있어서 무사하다"라면서도 "위층에 살던 친구들 몇 명이 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이들이 어떻게 됐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황모(31)씨도 "남편과 아들 모두 무사하지만, 다른 층의 친구들은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피소에는 화재의 영향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다수 있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쉬모(41)씨는 "화재 연기도 있고 냄새가 너무 심해서 임시 대피소에서 남편, 아이들과 사흘째 지내고 있다"라며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소리치고 우는 모습을 봤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했다.
sur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