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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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무슨 일이야?”
지난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다이남코 페스티벌 2025.’ 일본 가수 오쓰키 마키가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엔딩곡을 관객들과 떼창으로 주고받으며 무대를 달구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 돌연 조명과 함께 음악이 꺼졌고, 스태프 두명이 다급하게 무대 위로 올라와 오쓰키에게 무언가를 알렸다. 오쓰키는 “에? 정말?”이라는 말과 함께 관객에게 한마디 설명조차 없이 다급히 무대를 떠났다. 오쓰키는 자신의 공식 누리집을 통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급히 공연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만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관련 게임 등을 운영하는 반다이남코는 이날 중국 현지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오쓰키 뿐 아니라 또다른 일본 아이돌그룹 ‘모모이로 크로버 제트(Z)’의 공연 일정도 함께 취소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중국에서 일본 아티스트들의 공연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며 “대만 사태를 둘러싸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이 중국 정부의 반발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보복 조처의 하나로 일본 문화 전반을 차단하는 ‘한일령’(限日令)을 노골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인기 가수 하마자키 아유미는 지난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공연히 돌연 취소됐다고 밝혔다. 최근 홍콩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일어난 것을 감안해 빨간색 의상이나 무대 연출을 피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는데 공연 하루 전에 중국 쪽으로부터 ‘취소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마자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죄송하다”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28일 보이그룹 ‘JO1’의 광둥성 팬이벤트가 취소됐고, 기타리스트 다카나카 마사요시와 인기 듀오 ‘유즈’ 등 공연도 잇따라 연기를 발표했다. 중국에서도 인기있는 일본 버추얼(가상) 아이돌 ‘가후’는 중국에서 첫 해외 단독 라이브도 공연 하루 전인 28일 중단을 발표했다. 공연 주최 쪽은 하나같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연 중단”이라고 설명하며 팬들 양해를 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문화 분야에서 상징적 보복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경제·외교 쪽에서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중국에서 일본으로 운항하려던 12월 항공편 5548편 가운데 16%인 904편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근 이틀새 운항 중단 편수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중·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에 악영향 확대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번 운항 중단 결정으로 중국발 일본행 항공기 좌석 수가 15만6천여석 가량 줄어들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방일 여행 자제를 촉구한 데 따른 영향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10월 사이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82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외교 분야에서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문제삼아 주요국들의 대일 압박을 유도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29일 “중국 왕이 부장이 27∼28일 영국과 프랑스 고위 관료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 지지를 요청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을 계기로 중·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에 유리한 국제 여론을 형성해 일본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라고 보도했다. 왕 부장은 지난 19∼22일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을 방문한 뒤에도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들 중앙아시아 3국이 ‘대만 독립 반대와 중국의 통일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쪽에선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한국의 지지도 끌어내길 희망한다고 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29일 “이번 대만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일본과 과거사·영토 갈등이 있는 한국에 눈길을 주고 있다”며 “중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는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내고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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