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입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발행 주체 문제와 관련해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모델을 유력하게 검토하며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여당은 금융당국에 오는 10일까지 정부안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1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주당 정무위원회 관계자들과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당정 협의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강준현 민주당 국회의원(정무위원회 간사)은 "가장 큰 쟁점이었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행·금융위원회·은행권의 입장을 종합해 '컨소시엄 형태'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수준과 지분율 등 세부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예컨대 컨소시엄 내 은행의 참여 지분 50% 이상 등 구체적 요건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조속한 협의를 당부했다"며 "한은의 통화정책 안정성과 금융위가 강조하는 산업 혁신성을 모두 고려해 접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은행이 건전성을 담보하고 테크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위는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인과 관련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허용 등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중심의 발행을 주장해왔고, 금융위와 여당 일각에서는 핀테크 등 비은행권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맞서며 정부안 도출이 수개월째 지연돼왔다. 강 의원은 입법 데드라인도 명확히 했다. 그는 "정부 측에 12월 10일까지 뼈대가 담긴 정부안을 제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며 "만약 이 기한 내에 정부안이 넘어오지 않을 경우 정무위원회 간사 차원에서 의원 입법을 통해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 발의를 마치고,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다. 강 의원은 "시장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정부와 야당의 조율 과정이 필요해 실제 논의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미 다수의 법안이 발의돼 있고 토론이 숙성된 만큼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의의 진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이미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정비하고 테더(USDT) 등 달러 기반의 코인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입법 지연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안갑성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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