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경찰 "위헌·위법 행위 연루되는 일 없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1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서울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 최고책임자가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 위헌·위법 행위에 다시는 연루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엄 사태 발생 1년을 앞두고 나온 경찰청 차원의 첫 공식 사과다.

    1일 오전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국 시도경찰청장·경찰서장 등이 참석하는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대행은 "지난해 12월 3일 밤 경찰은 국회 주변에서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했다"며 "당시 행위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일상을 위협한 위헌·위법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 자유와 사회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이 위헌적 비상계엄에 동원돼 국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며 "묵묵히 국민 곁을 지켜온 현장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됐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유 대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도 경찰 지휘부는 국회 현안질의 등 공식 석상에서 '계엄 사태의 위헌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 사과는 없었다.

    그동안 경찰은 군과 함께 계엄에 깊숙이 관여한 기관으로 꼽혔다. 지난달 11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계엄에 가담한 공무원을 조사하기 위한 '헌법존중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내란 동조' 사례로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를 콕 집기도 했다.

    유 대행은 경찰 조직문화 일신도 약속했다. 유 대행은 "앞으로 경찰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과 중립을 지키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위헌·위법한 행위에 대해 절대 협조하거나 동조하지 않겠다"며 "다시는 개별 지휘관의 위법·부당한 지시가 현장에 여과 없이 전달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계엄 사태와 같은 극단적 사례를 제외하면 일상적 근무 환경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위헌·위법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경위는 "나중에 위헌이라고 결론이 나더라도 그 순간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항명'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판단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겨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항명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경찰들은 조직 내부 불만 등을 제기할 때 '1인 시위' 등의 다른 방법을 사용해왔다.

    이뿐만 아니라 위헌·위법성을 이유로 현장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불이행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경우 지휘체계에 혼란이 발생하고 경찰의 공공질서 유지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국민 사과 발표 자체를 놓고도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서울 모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B경위는 "경찰이 조직 차원에서 과오를 인정하고 일신을 다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언행마저도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며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던 '총경회의' 참석자들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번 사과와 다짐이 빈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경찰이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인사 제도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급체계를 보다 단순화하고, 승진에 목매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경찰은 구조적으로 완전한 정치적 중립성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며 "일정 기간 내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계급정년제가 운영되고 있고, 총경 이상 간부들부터는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광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