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에 노동시장 요동
이대로는 청년만 또 희생양
AI활용 정책시뮬레이션 눈길
한국도 정밀한 정책분석 절실
이대로는 청년만 또 희생양
AI활용 정책시뮬레이션 눈길
한국도 정밀한 정책분석 절실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프로’로 시각화한, MIT 연구진의 빙산 프로젝트(Project Iceberg)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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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었다면 노벨 경제학상 1순위였을 앨런 크루거는 경제학계에선 드물게 팬덤을 갖고 있던 스타다. 테러리즘의 근본 원인을 경제학으로 풀어내고, 음악산업의 경제 원리를 재밌게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1994년 논문 ‘최저임금과 고용’은 새로운 화두로 학계를 흔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실증 분석했다. 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준다는 기존 경제학을 뒤집어 전 세계적인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촉발했다.
열흘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멈춰야 하는 이유’라는 기획기사를 냈다. ‘어느 정도가 너무 높은 것인가(How high is too high?)’라는 기사에선 최근 바뀌고 있는 학계 분위기도 소개했다. 2015년 10월 크루거의 뉴욕타임스 칼럼(How much is too much?)의 오마주처럼 느껴졌다.
당시 크루거는 “저임금 근로자들 처지는 국가적 비극이지만, 전국적으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은 감수할 가치가 없는 위험”이라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화두를 꺼낸 크루거가 정부의 폭주를 나서서 경고한 셈이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정치인들에겐 매력적이다. 정부 부담 없이 민간(기업과 자영업자)에 떠넘겨 손쉽게 생색낼 수 있는 수단이다. 부작용은 고스란히 민간의 몫이다.
최근 학계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이미 충분히 높다’ ‘과도한 인상은 저소득층 고용과 소득, 복지 모두 감소시킨다’는 실증 분석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소득층 자녀도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소득분배가 비효율적일 수 있고, 임금 인상에 따른 연쇄적인 물가 상승 부담은 저소득층도 똑같이 져야 해서다.
정치인들이 맹목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나섰던 저임금 근로자, 특히 청년들에게 되레 피해가 집중된다.
그만큼 정책 설계는 정교해야 한다. 경제정책에는 늘 반대급부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의 정책을 보면 과연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들은 알고나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많다.
지난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발표한 빙산 프로젝트(Project Iceberg) 보고서는 이런 측면에서 희망적이다. 대부분 언론은 연구 결과에 주목했지만, 사실 분석 방식이 혁명적이다.
미 에너지부 산하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미국 노동자 1억5100만명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의 쌍둥이 집단(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앞서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재작년에 25명의 가상 마을을 통해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소통하는 사회를 열었다면, 지난해 11월엔 실제 사람 1000명을 심층 인터뷰해 1000명의 디지털 트윈 사회를 복제해냈다.
불과 2년 만에 25명에서 작년 1000명, 이번에는 1억5100만명 규모의 국가 단위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다. 언제든 실전 투입이 가능한 정책 분석 툴을 확보한 셈이다. 3만2000개를 웃도는 기술과 923개 직업, 3000개의 지역 카운티별로 AI가 상호 작용하는 가상 세계다. 실제로 840만명 뉴욕시 정책 모델 설정에 불과 5분, 시뮬레이션 연산에 20분, 분석에는 10초가 걸린다.
연구팀은 AI의 고용시장 여파가 통상의 분석보다 5배 이상 크다는 결과를 내놨다. 당장 AI와 연결되는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수면 밑의 보이지 않는 일반 서비스 업종까지 상당히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분석이다. 보고서 제목에 ‘빙산’을 넣은 이유다.
최근 학계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과 행정 업무가 많은 여성을 AI 일자리 혁명의 희생양 1순위로 꼽는다. 최저임금 급등의 최대 피해자들이 AI혁명에서도 가장 먼저 벼랑끝에 내몰릴 처지가 됐다. 향후 정책 1순위라는 얘기다.
구호만 외치며 섣부르게 정책을 내세우기에 앞서 AI 시뮬레이션이라도 한번 돌려보면 어떤가.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정리한 주요국 중위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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