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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잠깐 이 저자] 올해 파스타 한 번도 안 먹은 전직 경찰관의 ‘한식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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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대신 라면’ 원도

    “머리는 가볍게, 배는 고프게 읽다가 바로 라면에 물 올리러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눈물 대신 라면’(빅피시)을 펴낸 원도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올해 파스타 한 번도 안 먹었다”는 ‘진성 한식파’가 쓴 본격 K푸드 에세이다. 미역국으로 시작해 김밥, 라면, 비빔밥, 김치, 해장국 등 음식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가 담겼다. 제대로 된 1인분의 삶을 살아가려는 한 여성의 성장기를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풀어낸다.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는 듯한 친근함이 느껴진다.

    원도 작가는 2019년 독립 출판물 ‘경찰관속으로’가 수만 부 팔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에세이 ‘아무튼, 언니’ ‘농협 본점 앞에서 만나’ ‘있었던 존재들’을 비롯해 장편소설 ‘파출소를 구원하라’ 등을 펴냈다. 8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저자는 작년 7월 사직서를 내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조선일보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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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 작가의 삶은 녹록지 않다. 경제적인 불안은 물론 질투와도 싸워야 한다. ‘해장국’ 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직장인일 때 비해 작가로서 느끼는 속 쓰림은 한층 더 진한 농도여서, 회사에서의 고통이 맑은 설렁탕 정도라면 작가로서의 고통(창작의 고통이 아닌 부러움으로 인한 고통)은 매운 다대기를 잔뜩 넣은 되직한 해장국 국물”이라고.

    K푸드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눈물 대신 라면’은 올해 세계 최대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해외 출판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벌써 튀르키예 출판사와 선인세 계약을 맺었고, 대만 출판사와도 계약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소식을 듣고 원도 작가는 “‘말도 안 돼!’ 하면서 소리 질렀다”고 했다. “내일 눈 떴을 때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그 희망을 이불 삼아 덮고 자는 일이 많았는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후로 이 책이 저에게 이불이 돼 준 것 같아요.” 한식과 비(非)한식의 섭식 비율이 99.99:0.01이라는 이 작가의 해외 북토크, 괜찮을까. 김칫국을 마시며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하자 그도 김칫국을 마시며 답했다. “깻잎 바리바리 싸가야죠.”

    조선일보

    /빅피시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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