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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중국의 "이웃 궁핍화 전략", 세계 경제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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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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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을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최대 동력은 여전히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관세 전쟁에 맞서 새로운 구심점이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중국은 말과 달리 이른바 ‘이웃 궁핍화(beggar thy neighbor)’ 전략으로 각국 경제 성장을 후퇴시키는 ‘악당’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미국의 대대적인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입은 연초 대비 10% 증가했지만 중국은 보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수입이 달러화 환산 기준으로 3% 감소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5년 수출이 급증한 반면 수입은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다.

    중 성장, 더 이상 세계 경제에 보탬 안 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모델은 과거 동반 성장에 가까웠다.

    중국의 생산량이 1% 증가하면 수입이 늘면서 전 세계 생산도 0.2% 증가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성장이 “지도부의 결정과 더불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증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나라의 성장, 특히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중국 경제 성장률이 연 0.5~0.8%P 높아지겠지만 나머지 전 세계의 성장은 이로 인해 연 0.1%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수출 주도 전략이 중국 국민, 또 중국 수출품에 투입되는 중간재를 판매하는 일부 국가에는 이득이겠지만 유럽, 동아시아, 멕시코 등 다른 산업 경제국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지티브 섬에서 네거티브 섬 게임으로

    경제학의 근본 명제는 교역을 하면 개인이나 국가 모두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은 세계 최대 수입국이자 경제국으로 미국이 성장하면 수입이 늘고, 미 교역 상대국들 경제도 함께 발전했다.

    미국의 성장에 따른 교역 확대는 모두가 전문화되도록 했고, 더 많은 경쟁과 혁신을 불렀으며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선택과 낮은 가격을 보장했다.

    모두가 득을 보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 게임이었다.

    중국은 이제 세계 2위 경제국이자 최대 수출국이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중국은 무역수지 균형이나 비교우위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다. 중국은 핵심 기술을 서방에서 수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목표가 자급자족이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보는 ‘네거티브 섬(Negative-sum)’ 게임으로 전환됐음을 뜻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이런 접근 방식을 ‘쌍순환’이라고 표현했다. 국제 산업망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도록 하는 동시에 중국의 생산은 독립적이고 자립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일본, 한국 등은 첨단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임금 문제로 저가 제조업을 가난한 나라로 이전했던 것과 달리 중국은 저가 제조업과 첨단 산업 모두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항공기,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을 확장하면서도 장난감, 의류 같은 저가 생산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위원회(NSC) 소속이기도 했던 러시 도시는 저가 생산을 넘긴 나라들은 “번영을 위한 욕망이 그 동력이 됐지만” 중국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도시는 “중국은 요새화 심리로 무장하고 있고, 산업 지배력을 부와 권력의 열쇠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의 국가주의와 공산당에 뿌리를 둔 오래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은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무역흑자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골드만은 2029년이 되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전세계 GDP의 1%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이는 2차 대전 종전 후인 1940년대 후반 이후 그 어떤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보다 많은 규모라고 우려했다.

    과잉 생산으로 세계 경제에 덤핑 공세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자동차 생산은 서방 업체들이 장악했다.

    서방 자동차 업체들은 연간 약 2000만대 규모였던 중국 자동차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주로 중국에 설립한 합작 벤처를 통해 중국 시장에 판매했다.

    컨설팅 업체 듄 인사이츠의 마이클 듄에 따르면 당시 이들 합작 벤처 경영진은 이 자동차들이 해외 시장에 수출돼 자사 시장을 잠식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불과 수년 뒤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로 갈아탔고, 중국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40% 밑으로 떨어졌다.

    내연기관 자동차 합작 벤처들은 엄청난 유휴설비로 인해 해외 수출도 눈을 돌렸다.

    서방 자동차 업체들의 제살 깎아먹기가 시작된 것이다.

    듄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팔리는 제너럴모터스(GM) 셰볼레 모델 상위 5개 가운데 4개는 GM의 중국 합작 벤처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과거 이 모델들은 멕시코나 한국에서 생산됐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지만…

    중국은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저비용을 무기 삼아 지배력을 갖고 있고, 이를 이용해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최근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 사태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네덜란드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중국 소유주로부터 분리하자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자국내 자회사가 모기업인 넥스페리아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수출 금지 조처로 전세계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마비됐고, 결국 네덜란드는 항복했다.

    중국은 무소불위의 트럼프 관세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미국과 교역을 놓칠 수 없는 전 세계 각국이 어쩔 수 없이 트럼프 관세를 받아들였지만 중국은 달랐다.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카드로 트럼프의 양보를 받아냈다.

    WSJ은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수출 공세를 되돌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결’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생각을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공동으로 무역 제한 조처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트럼프는 이런 공동 전선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그는 중국 수출 통제를 위한 방안으로 양자 합의를 선호한다.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국가 안보 도움을 받기 위해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미국과 대중 공동전선을 펴는 데 가장 적합한 파트너인 멕시코와 캐나다도 궁지로 내몰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을 모방해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를 물렸지만 트럼프가 캐나다 자동차에 관세를 물리고, 중국은 캐나다 농산물에 보복하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는 두 개 무역 전쟁 전선은 어렵다는 판단으로 중국 전기차 관세를 다시 되돌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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