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기반 확정가 방식’ 시대적 한계…투명한 산정체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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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는 나왔지만 과정은 없었다…핵심 변수 ‘가중치’ 비공개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다음 주 중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기존 할당대가를 참고하고, 5G 확산에 따른 LTE 가치 변동을 반영해 최종 재할당 대가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최종안 역시 이러한 초안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요소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즉 계산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청회에서도 “예상 매출액과 LTE의 5G 기여도, 5G 단독모드(SA) 전환에 따른 가입자 이동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만 할 뿐이었다.
15%라는 결과값만 있고 그 수치를 도출한 논리적 과정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문제 제기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인빌딩 투자를 조건으로 추가 인센티브가 제시된 점을 보면 더 큰 폭의 할인도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한 학계 전문가는 “높은 기준가격을 설정해 두고 SA 전환이나 인빌딩 투자를 할인 조건으로 내거는 방식은 자칫 ‘협상카드’처럼 비칠 수 있다”며 “5G 품질 개선은 필수지만 대가와 직접 연동시키기보다 별도 인센티브로 유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 LTE 가치가 산정의 핵심인데…핵심 변수지만 ‘검증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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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LTE 1인당 평균 트래픽과 전체 트래픽은 전년 대비 각각 35%, 40% 감소했고, LTE 가입자 수도 1934만4257명으로 11% 줄었다.
정부는 LTE 트래픽 감소를 인정하면서도 비단독모드(NSA) 환경에서는 LTE가 여전히 5G 매출과 트래픽 생성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 하락을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LTE의 경제적 효용은 이미 크게 줄었다고 본다. LTE 트래픽이 존재한다고 해서 매출 기여도 역시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LTE 가입자 수는 유지됐지만 상당수가 저가 요금제·트래픽 저부하 이용자로 이동해 실제 데이터 사용량은 5년 전 대비 약 70% 감소했다”며 “경제적 효용을 고려하면 할인 폭은 15%보다 더 컸어야 한다”고 말했다.
LTE 가치가 서로 다르게 평가되는 근본 배경에는 세대별 매출을 회계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이번 재할당대가 산정에서 예상매출액이 아닌 과거 낙찰가에 방점을 둔 이유다.
예컨대 5G 단말에서 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도 통계상 5G 가입자로 분류되고 정부는 5G 단말 중 약 20%가 LTE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즉 현재 매출조차 업계도 정부도 세대별로 명확히 절단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5G 매출에서 LTE 기여도를 분리해내는 것은 쉽지 않고 사업자들도 이 수치를 명확히 제출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예상 매출액만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번에도 기존 경매가 기준 산정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예측 불가능의 고착…재할당 체계 근본 재검토 필요
이처럼 주파수 이용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가운데 재할당 대가의 투명한 산정체계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는 경쟁 수요가 없는 경우 예상 매출액과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과거에 동일·유사 용도로 할당된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된다.
문제는 정부 재량 폭이 워낙 넓다 보니 매번 다른 산정 방식이 적용되는 ‘불확실한 체계’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로 매번 다른 방식이 적용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공청회에서 논란이 집중된 2.6㎓ 대역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역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간 과거 낙찰가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구간이다.
정부가 과거 두 사업자의 대역을 ‘동일 가치를 가진 동일 대역’으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두 사업자의 낙찰가는 크게 벌어진 채로 유지됐다. 2011년 주파수 경매제 도입 이후 동일 대역·대역폭·용도의 주파수 간 대가를 다르게 산정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예측 기반 확정가 방식’ 자체가 시대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 결과 주파수 이용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산정 체계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학계전문가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트래픽, 생성형 AI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앞으로는 불확실한 미래 가치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반복하기보다 실제 데이터와 시장 상황에 따라 대가가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유연한 산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주파수 공급이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디지털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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