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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국립공원 겨울산, 화장실이 품은 이야기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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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 원주 치악산 금대계곡을 찾은 한 등산객이 아름다운 설경 속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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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영 | 치악산사무소 행정과장

    주말이면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이 부쩍 늘어난다. 대부분 산행 코스와 날씨를 살피고, 도시락과 장비를 챙기지만, 의외로 한가지를 놓치곤 한다. 바로 화장실이다. 치악산은 산 중턱과 정상 인근까지 다양한 형태의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어, 미리 알고 가면 산행이 훨씬 여유롭다.

    치악산국립공원에는 모두 20개의 화장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11곳은 건물형 수세식 화장실로, 절수형 변기를 사용해 한 번에 6~8ℓ의 물만 쓰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부분 저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도심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반면 물과 전기 공급이 쉽지 않은 구간에서는 거품식 간이 화장실을 만나게 된다. 물 대신 거품을 이용해 배출을 돕는 방식으로, 한번 이용에 약 200㎖(우유 한팩 분량)의 물만 필요하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기술 중 하나다. 치악산에는 이러한 거품식 간이 화장실이 8곳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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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악산 상원사 정상 화장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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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탐방객들이 가장 인상 깊게 꼽는 화장실이다. 바로 상원사에서 남대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순환식 화장실이다. 이 시설은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쓰는 순환 방식으로 운영된다.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지속가능성이 높고, 관리 효율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정상부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용객들은 감탄을 숨기지 못한다. 치악산에서 ‘가장 전망 좋은 화장실’로 불리는 이유다.

    산행 중 만나는 화장실은 더 이상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한 기술과 관리의 결정체이자, 등산 경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가오는 주말, 국립공원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코스 지도와 함께 화장실 위치도 한번 살펴보길 권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그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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