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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공급망·환율·경기둔화 삼중고에···3곳 중 1곳 "투자 안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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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협 500대 기업 설문

    글로벌 경기침제 경고음 커지고

    미중 갈등 재점화 가능성에 위축

    환율 변동에 자금집행 판단 지연

    대기업 40%만 "AI에 투자 계획"

    현대연 "내수부진 장기화 우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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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기업들조차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한 것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경영과 관련한 중요 판단이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인 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기업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내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6년 투자 계획 조사에 답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들은 내년 투자와 관련한 주요 세 가지 리스크로 보호무역 확산 및 공급망 불안(23.7%), 미중 등 주요국 경기 둔화(22.5%), 고환율(15.2%)을 꼽았다. 미중 갈등이 올 10월 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휴전’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내년 10월까지 갈등을 봉합해놓은 것일 뿐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국 기업들은 ‘탈(脫)중국’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관련한 경영적 판단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 4월 1482.9원까지 치솟았다가 3개월 후 1350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급등하기 시작해 이달 5일 147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처럼 널뛰는 환율 움직임에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는 결국 돈을 써야 하는 일”이라며 “해외에서 벌어온 달러를 매도해 국내에 투자하거나 국내 자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에 투자하는 일 어느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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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 관련 판단을 미루게 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하며 올해(2.0%)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중국 역시 올해 5% 성장에서 내년 4.4%로 성장이 지속적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이날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발표하고 같은 맥락의 우려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등을 동원해 관세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와 투자를 살리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계의 구매력이 소비심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3분기 실질소득이 공적 이전소득 덕분에 1.5% 늘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성장(-2.6%)을 기록했다는 점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투자 시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세금 및 각종 부담금(21.7%)과 노동시장 규제(17.1%)가 각각 1·2순위로 꼽혔다. 한경협 관계자는 “최근 법인세 부담 증가와 노조법 개정 논의, 정년 연장 이슈 등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바라는 1순위 정책 과제는 세제 지원 및 보조금 확대(27.3%)였다. 내수 경기 활성화(23.9%)와 환율 안정(11.2%), 노동시장 유연화(8.8%)가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들은 이런 리스크와 불확실성 때문에 이제는 거대한 흐름이 된 인공지능(AI) 전환을 위한 투자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63.6%가 AI 관련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며 투자 계획을 수립했거나(12.7%) 검토 중(23.7%)이라고 답한 기업은 40%가 채 되지 않았다. AI 투자 계획이 있는 기업 중 절반 이상(55.1%)은 생산·운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했으며 경영 의사 결정 고도화(15.3%), 제품·서비스 혁신(12.7%) 등 생산성 제고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라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AI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아이디어와 강력한 지원 및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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