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 등 리스크 대응 시급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대통령실이 ‘국민께 보고 드립니다’ 행사를 열고 지난 반년의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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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국정철학에 따라 일상 회복과 국가 정상화를 위해 지난 187일 동안 전력투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열린 '국민께 보고드립니다' 행사에서다. 민생경제 회복, 외교·안보 정상화, 국민주권 강화 등 3가지 분야로 나눠 성과를 열거하며 지난 반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정부가 일정 시점에 성과 보고회를 갖는 것을 단순히 자화자찬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핵심 정책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방향성을 국민에게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현실에 대한 솔직한 진단과 대안이 병행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반년 동안 어떤 부분에서 미흡했는지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민간과 정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기여하는 '쌍끌이 성장'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지만 기업과 가계가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은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정책과 관련해서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페이스메이커로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 소통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힌 정도였다.
지금 한국 경제는 작은 성과에 도취해 있을 상황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복합 리스크가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고환율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함께 오르고 있으며 석유류와 먹거리 등 생활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실업률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일자리의 보고로 여겨지는 건설·제조업 취업자 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높은 물가 탓에 가계의 실질소득도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민감한 집값 문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집값 안정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집값과 관련해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수도권 집중 현상 속에서 정책적 해결이 쉽지 않다는 취지를 담은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과거 "수요억제책 등 부동산 대책은 많다"고 강조했던 발언과 배치된다. 정책 메시지를 명확히 하고 공급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외 리스크도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글로벌 통상환경이 다시 급변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50%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내년 이후에는 재정 지출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정부가 성장의 마중물로 삼는 확장적 재정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회색 코뿔소 상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변동성에 대비하는 한편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상시 가동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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