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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뉴스룸에서] '측은지심'조차 얻지 못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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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 사과 요구에 계몽령 답습
    중도가 등 돌리는 이유 보여줘
    상식적 민심 얻어 與 견제해야


    한국일보

    장동혁(앞줄 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계엄 사과를 요구하는 윤한홍(앞줄 오른쪽 첫 번째)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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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여야는 매일같이 상대를 향해 '내란 정당' '독재정권' 등 극단적 말들을 내뱉고 있다. 1년 전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쟁투를 반복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판을 보면서 1년 전과 비교해 나아졌다고 생각할 이는 얼마나 될까. 무능과 무지, 무책임의 전형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에 만족해야 하나. 윤석열 정부의 헌정 파괴에 맞서 간절히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유는 특정 진영의 정권 획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정치에 대한 바람 때문이었을 텐데 말이다.

    요즘과 같은 정치 양극화 시대에 여론의 흐름을 읽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중도 민심이다. 지난해 12·3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4주 여론조사와 가장 최근인 지난 12월 1주 여론조사(이하 한국갤럽)를 비교해 봤다. 지난 1년 새 중도에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7%포인트(35%→42%) 오른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8%포인트(25%→17%) 낮아졌다.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아직까지 '계엄의 늪'에 빠져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당층은 31%로 그대로였다.

    국민의힘의 상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계엄 1년을 맞아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개별적으로 사과에 동참한 의원까지 포함하면 소속 의원의 과반인 60명에 달한다. 이제서야 의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다. 이대로는 6개월 뒤 내년 지방선거의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는 계엄 1년 메시지로 윤 전 대통령의 '계몽령'을 답습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원조 친윤석열계 윤한홍 의원이 장 대표의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했을까. 실제 오차범위 안이지만 8월 말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무당층보다 높았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민심은 뒷전인 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장 대표의 행보가 거대 여당에 당하는 소수 야당에 대한 측은지심마저 가로막는 원인인 셈이다.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도 않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국회 관계자로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패배 의식이 깔려 있다는 말을 들었다. 법안 의결 과정에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강행 처리할 것이라 생각해 소위 단계부터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다는 얘기였다. 위헌 논란에도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 등을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의 오만에는 야당의 무기력이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바로서야 여당에 대한 견제가 이뤄져 정치 전반이 건강해진다. 정부·여당의 이른바 '내란 정당 몰이'는 지난 1년을 남 탓만 하며 허송세월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 야당은 극단주의에 기대어 이재명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할 게 아니다. 더 나은 민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여당과 경쟁에 나서야 할 때다. 최소한 상식적 국민의 마음을 얻어 건강한 야당이 되고자 한다면 말이다.

    김회경 정치부장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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