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1~3분기 국내 기업 등이 단행한 해외직접투자(FDI)는 약 70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해외 자회사 유보금(재투자수익수입)은 66억6000만달러로 작년 동기(41억7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를 두고 정부는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환율 안정을 위해 기업의 해외 자금 현황까지 들여다보는 정부의 다급함은 십분 이해한다. 다만 원인 분석부터 원화 가치 하락의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건 위험하다.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의 해외 투자 수요는 1차적으로 국내보다 해외의 투자여건이 우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국내의 인건비나 환경·노동 규제 등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또 달러 강세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업은 달러를 계속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왜 해외 이익을 빨리 회수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면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를 배임의 영역으로 몰아갈 소지가 있다.
국내 투자 매력을 높이는 자본 리쇼어링이 우선이다. 사실 정부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며 최근 세제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확대 등을 검토했다. 아쉽게도 집권여당이 난색을 표해 무산됐지만 이번 시장 모니터링 작업도 '기업이 원죄'라는 낙인찍기가 아닌, 수급 불균형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해법을 모으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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