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상의, 제주서 회장단 회의 열어
崔 “양국, 저출생-지역소멸 등 직면… 단순 협력 넘어 미래 함께 설계해야”
日 고바야시 “양국 경쟁서 협력으로”… 韓日 경제인, AI-반도체 협력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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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위쪽 사진)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의 개회사 모습. 이날 회의에는 양국 경제인 22명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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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솅겐 조약’처럼 여권 없는 왕래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동시에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어 양국에 좋을 것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 개회사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솅겐 조약은 유럽 내 국경 통제를 최소화해 각국 국민과 여행객들이 비자 없이 자유롭게 국가 사이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한 협정이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은 반면 두 나라를 동시에 가는 관광 프로그램이 없다”며 “2, 3년 전 일본상의와의 회의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것도 곱씹어보고 숙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일 간 에너지 분야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가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는 등 양국 협력이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직접 실험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인 에너지 공동 구매의 방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필요한) 에너지의 종류,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모아야 한다”며 “여기에 맞춰서 가격이나 물량 측면의 장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일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같이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통상환경, 첨단기술 경쟁,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등 안팎으로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지나 내년부터는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일 연대에 대한 일본 경제계의 반응과 관련해선 “(일본 내) 어떤 분도 이 문제와 관련해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고 하지 않는다”며 “다만 일본은 많은 사람들이 다 의견에 동의해야 진행되는 게 있어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경제계 대표로 개회사를 맡은 고바야시 겐(小林健)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한일 상호 방문자 수가 연 1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 관광,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양국의 인적 왕래가 확대되고 이해도 깊어졌다”며 “한일 관계가 지금까지의 경쟁 구도에서 협력 구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는 최 회장 등 한국 측 16명과, 고바야시 회장 등 일본 측 6명이 참석해 양국 경제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발전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한일 무역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이유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중단됐다가 2023년 재개됐다. 내년 제15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일본 센다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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