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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21번 전설’ 세 명, 한 무대에... "21번, 한국 투수들에게 남다른 의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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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순 송진우 오승환, 일구대상 시상식서
    송진우 "박철순 선배 21번 보고 나도 달았다"
    22연승, 210승, 549세이브…불멸의 기록
    일구대상 오승환 “불펜투수 헤아려주셔서 감사”


    한국일보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일구상 시상식에서 오승환(왼쪽부터) 박철순 송진우가 21번 영구결번 착장식을 진행한 뒤 유니폼 액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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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일구상 시상식에서는 특별한 순서가 마련됐다. 대상 수상자 오승환을 포함해 ‘살아있는 전설’ 박철순, 송진우까지 KBO리그 44년 역사상 3명뿐인 21번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함께 단상에 오른 것. 시대는 달랐지만 모두 불혹을 넘긴 나이까지 활약하며 각자 구단에서 영원한 21번으로 남은 3인방의 동반 유니폼 착장식이었다.

    세 레전드는 나란히 유니폼을 입고 '21번'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다. 박철순에게 유니폼을 직접 입혀준 김광수 일구회 회장은 현역 시절 OB 베어스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함께 우승을 일군 주역. 박철순은 “이런 자리는 생각도 못 했는데 선후배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불사조’ 박철순은 프로야구의 태동을 널리 알린 초창기 최고 스타다. 1982년에 남긴 불멸의 22연승을 비롯해 13년 통산 29차례 완투승, 76승(53패) 20세이브 등을 기록했다. 특히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서 투지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그의 등번호 21번은 2002년 두산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1990년대에는 송진우가 '레전드 21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1년간 한화에서만 뛰며 통산 210승(1위) 2,048탈삼진 3,003이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탈삼진은 양현종(KIA)에게 1위 자리를 내줬고, 다승과 이닝 부문도 양현종이 성큼 다가서고 있지만, 은퇴(2009년)한 지 16년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남긴 대투수다. 송진우는 “박철순 선배님을 바라보며 21번을 택했다”면서 “앞으로도 21번이 한국 투수들에게 남다른 의미의 번호로 남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2000년대를 풍미한 오승환은 두말 필요 없는 아시아 최고의 클로저.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국가대표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지난 9월 은퇴한 오승환은 “너무나 잘하셨던 선배님들 번호를 같이 썼고, 이렇게 영구결번까지 오게 됐다. 오히려 선배님들께 제가 감사할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일보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5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열 삼성 단장, 키움 송성문, 삼성 원태인, 롯데 박찬형, KT 안현민, 삼성 오승환, 전광렬 경남고 감독, 권영철 KBO 심판위원, 김정준 LG 수석코치,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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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행사는 떠나는 오승환을 위해 기획됐다. 프로야구 은퇴 선수 모임인 일구회 일구대상에서 마무리 투수가 대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오승환 역시 불펜 투수의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사실 야구하면서 대상을 받아본 적은 많지 않았다”면서 웃은 뒤 “21년간 프로에서 많은 팬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도록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번에 은퇴하면서 불펜 투수의 힘든 점을 많이 이야기했다. (일구회가) 그 점을 많이 헤아려주셔서 뜻깊다. 이제 성숙한 모습으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고 투수상은 원태인(삼성), 최고 타자상은 송성문(키움), 특별 공로상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각각 수상했다. 신인상은 안현민(KT), 의지노력상은 박찬형(롯데), 프런트상은 삼성 마케팅팀에 돌아갔고, 프로 지도자상은 김정준 LG 수석코치가 받았다. 아마 지도자상은 전광렬 경남고 감독, 심판상은 권영철 KBO 심판위원이 가져갔다.

    일구회는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난 고 하일성 전 일구회장의 생전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영상을 상영하며 그를 기리는 시간도 마련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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