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전망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성의 그늘 아래 놓여 있지만, 예상보다 견조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와 각국 정치 환경의 불안전성에도 불구하고 3.2%로 제시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소폭 낮아지지만, 실질적 회복세의 가속화는 2027년쯤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OECD의 진단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관세 부과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치적 혼란이 글로벌 경기에 미친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완만하나 꾸준한 회복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상대적으로 어둡다. OECD는 한국의 2025년 성장률을 1%로 제시했고, 2026년에도 2.1% 수준의 점진적 회복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소비 쿠폰 중심 추가경정예산은 민간 소비를 일시적으로 떠받쳤고, 여성·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는 고용률을 끌어올렸다.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2.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지표도 건설 부문의 부진과 점차 고착화되고 있는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미 무역·투자협정 개정에 따른 대미 관세 인상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0%였던 관세율이 최대 15%까지 높아지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이 단기적으로 수출을 견인하더라도, 중기적으로는 성장 둔화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관세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중 압력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부양책에 기대는 방식이 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내수가 취약한 만큼 통화정책 완화 여지는 남아 있지만, 고령화에 따른 중장기 재정지출 압박을 고려하면 정부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초당적 협력 아래 지속 가능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 개혁을 강화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한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공부문을 시장 경쟁에 더 깊이 노출시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거시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며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고, 이는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의 성장 비용을 높일 위험이 있다. 노동시장 개혁도 시급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고,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체계적 집행은 노동시장 참여를 넓혀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내년엔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된다. 단기적인 경기 진작에만 머문다면 구조적 제약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개혁과 구조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새로 쌓는 일이다. 계엄 이후 어렵게 시작한 새 정부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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