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손 떼는 기관투자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도 오히려 악재가 된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11월 24일(현지 시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 중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비트코인트러스트(IBIT)는 11월에만 22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환매했다. 이를 포함한 11월 전체 자금 유출은 35억달러(약 5조1100억원)에 달했다. 마커스 틸렌(Marcus Thielen) 10X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신규 자금 배분을 중단했음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한 비트코인이 버티거나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은 비트코인 시세에 직결된다. 씨티리서치는 비트코인 ETF의 자금 유출입과 비트코인의 가격 동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 10억달러가 인출될 때마다 가격이 약 3.4%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은 비트코인 ETF가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입해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유출 국면에선 오히려 단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의미다. 린 트란(Linh Tran) 엑스에스닷컴(XS.com)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사상 최고가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지만, 기관 자금 흐름이 지속적 유출로 전환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기관투자자의 ETF 자금 유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복합적인 악재가 워낙 많은 탓이다. 실제 가상자산 투자 심리는 ‘극도의 공포’ 상태다.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알터너티브닷미(alternative.me)의 공포탐욕지수는 11월 26일 기준 15포인트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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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 5 강달러 전환 움직임
포트폴리오 위험자산 축소
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 요인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와 디커플링(탈동조화) 구조여서다. 지금까지는 달러 강세는 곧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양현경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 환경하에서 가상자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약세 압력이 커진다”며 “포트폴리오 위험 축소(De-risking)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뿐 아니라 알트코인 전반으로 매도 압력이 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약달러 기조를 보이던 달러는 2026년을 기점으로 강달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이 막대한 미국 내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투자 확대는 달러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향 직접 투자 증가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인공지능(AI) 경쟁력이 압도적이란 점도 달러 강세 전환을 점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단 의미다. 최근 달러인덱스 지표도 조금씩 회복세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11월 25일 기준 99.6포인트다. 지난 9월 96포인트까지 떨어진 뒤 상승 국면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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