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제한 시도 법원 제동
로켓배송도 독창성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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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이 자사 인력의 이직을 막기 위해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노동자 이동을 제한하려 한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21민사부(김정민 부장판사)는 쿠팡이 무신사 소속 임원 A·B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24일 기각했다. 앞서 쿠팡은 이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무신사 등에 취업하거나 현직자들을 상대로 이직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로켓배송’ 개발에 관여한 이들이 막대한 연봉과 보너스를 받고도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법원은 고액 연봉이 전직 제한의 대가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봉과 보너스는 장기 근속과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일 뿐 퇴직 후의 침묵이나 직업 선택 제한에 대한 별도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경업금지약정이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쿠팡의 근로 계약 구조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년 단위 계약의 갱신권을 쥔 회사 측이 별도의 보상 없이 퇴직 후 1년이나 임직원의 동종업계 취업을 막으려 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재판 과정에서 로켓배송의 기술적 독창성 역시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쿠팡의 물류 시스템에 대해 “해외 기업들이 이미 도입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거나 특허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회사 경쟁력도 고도화된 알고리즘 기술보다는 자본 투자와 인프라 구축의 결과물에 가깝다고 봤다. 이 점은 회사를 떠난 임직원의 업무 지식을 회사의 독점적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업계에서는 통상 반도체·전자 기업들이 활용해왔던 전직금지 가처분을 이번에 쿠팡이 활용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기술 보호라는 명분 아래 경쟁사로의 인력 이동 자체를 봉쇄하려던 전략이 법리적으로 한계에 봉착한 셈”이라며 “기업 성과를 지키려면 합리적 보상과 인재 관리가 먼저”라고 했다. 쿠팡은 기각 결정에 불복해 8일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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