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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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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AI 스마트 안경 내년 출시… 10년 전 ′글래스’ 실패 딛고 메타 아성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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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구글은 2026년에 제미나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출시한다고 8일(현지시각) 밝혔다./구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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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안경(스마트 글래스)을 내년에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메타가 주도하고 있는 AI 웨어러블(착용형)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기기로 스마트 안경을 지목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약 10년 만에 스마트 안경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구글이 이번에는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 손잡은 구글, 제미나이 탑재 스마트 안경 내년 출시

    구글은 8일(현지시각) 열린 ‘안드로이드 쇼’에서 최첨단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연동한 스마트 안경을 내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초기 모델은 오디오 기능만 탑재해 음성으로 제미나이와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후 렌즈에 내장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길 찾기), 번역 등의 정보도 보여주는 모델도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구글은 삼성전자, 미국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 한국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스마트 안경 하드웨어 디자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5월에는 와비파커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와비파커도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구글과 협력해 만든 첫 경량(lightweight) 스마트 안경이 2026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내년에 첫 선을 보이는 스마트 안경은 구글 헤드셋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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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2015년 시장에서 철수한 '구글 글래스'를 쓴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구글은 올해 5월 10년 만에 스마트 안경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지난 2013년 첫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래스’를 선보였지만 MIT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1세기 최악의 기술’ 중 하나로 지목되는 등 혹평에 시달리며 2015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구글 글래스는 투박한 디자인, 비싼 가격, 제한적인 기능, 발열 문제, 불법 촬영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과거 구글 글래스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월 구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I/O)에 깜짝 등장해 “(2013년에는) AI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는 데다 공급망 이해도가 낮아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쌌다”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스마트 안경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구글은 스마트 안경을 시작으로 웨어러블 AI 기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기에 AI를 매끄럽게 통합해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이날 구글은 블로그에 스마트 안경 출시 일정을 발표하면서 “AI와 확장현실(XR)이 진정으로 유용해지려면 하드웨어가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개인의 스타일에 맞아야 한다”며 “하나의 폼팩터(제품 형태)가 모든 사람에게 맞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안드로이드 XR을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은 검색, 콘텐츠(유튜브), 안드로이드 OS, 생성형 AI(제미나이)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자체 보유하고 있어, 이번 스마트 안경 출시로 그간 약점으로 꼽혔던 하드웨어 부문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구글은 앞서 자체 개발한 ‘픽셀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하드웨어 경쟁력이 부족해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CNN은 “지도 앱으로 길을 찾고, 모르는 정보를 구글에 검색하고,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하는 모든 활동을 스마트 안경으로 대신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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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가 레이밴과 협업해 만든 스마트안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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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타, 독보적 선두… 中 알리바바·샤오미까지 참전

    스마트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로 주목 받으면서 관련 분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유명 안경 브랜드 레이밴·오클리와 손잡은 메타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구글과 애플에 이어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 기업까지 참전하면서 내년이 스마트 안경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스마트 안경 글로벌 출하량이 510만대로 전년 대비 15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구글, 샤오미 등 주요 기업이 스마트 안경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출하량이 1000만대를 넘어서고, 연평균 47%씩 성장해 2030년에는 35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옴디아는 “안경에 AI 기반 지능을 통합하면 우리가 일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라며 “메타의 레이밴 브랜드와의 협업이 결정적이었는데, 일명 너드(범생이) 제품으로 여겨지던 스마트 안경을 매력적인 제품으로 탈바꿈해 주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메타가 레이밴과 손잡고 내놓은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은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둬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지난 9월에는 내장 디스플레이를 갖춘 799달러짜리 모델도 선보이는 등 관련 상품 확장에 나섰다. 옴디아는 올해 메타의 스마트 안경 출하량을 400만대로 전망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 안경은 개인 초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이상적인 폼팩터”라며 미래에는 스마트 안경이 AI와 상호작용하는 주요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메타는 만년 적자였던 메타버스 사업의 예산을 30%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스마트 안경 등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소비자용 하드웨어 개발 관련 투자는 늘리고 있다. 이달 초에는 애플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 총괄을 맡아온 앨런 다이를 영입했는데, 그는 스마트 안경 등 메타의 차세대 하드웨어 디자인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6일에는 펜던트 형태의 AI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리미트리스’를 인수했다. 리미트리스는 옷에 부착하거나 목걸이에 달 수 있는 AI 펜던트를 개발한 회사로, 일상 대화나 회의 등을 녹음해 글로 기록하거나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알리바바도 지난달 말 AI 기반 스마트 안경 ‘쿼크’를 출시해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당 제품은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웬과 연동되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가격은 39만원부터 시작해 메타 레이밴 안경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바이두는 지난달 연례 ‘바이두 월드 콘퍼런스’에서 ‘샤오두 AI 안경 프로’를 공개했다. 이밖에 애플이 내년에 AI 기반 스마트안경 ‘애플 글래스’을 선보이기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스냅도 내년에 스마트 안경 ‘스펙스’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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