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린이집 친구 A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다. 오빠는 할머니와 베트남에 살고, 엄마는 대학가 베트남 음식점에서 일한다. 베트남에 갔다 올 때면 A가 팔찌며 키링을 한 보따리 사와 나눠주곤 했다.
응우옌 씨나 A처럼 한국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이주배경인구'로 분류된다. 지난해 한국 인구 20명 중 1명이 이런 이주배경인구였다. 귀화한 사람, 이민자 2세, 북한이탈주민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배경인구는 271만명으로, 전해보다 13만명 늘었다. 전체 인구가 간신히 0.1% 늘어나는 동안 이주배경인구는 5.2%나 증가했다.
이주배경인구는 젊다. 30대가 24%로 가장 많다.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빠른 한국에서 이들은 이미 노동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국가데이터처는 이주배경인구가 2040년이면 전체의 6.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전만큼 낳지 않고, 예전보다 오래 사는 사회에서는 들어오는 새 식구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 사다리는 아직 잘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 배경을 가진 다문화 학생의 자퇴율은 전체 고등학생 자퇴율보다 소폭 높다.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비이주배경학생보다 13%포인트 낮다. 격차는 한글에서 벌어진다. 교육계에서는 상당수 학생이 기초학력 미달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말이 늦게 트였던 A는 이제 노래도 곧잘 하고 동시도 잘 외운다. 어린이집에서 잘 어울린 덕이다. A가 앞으로도 사다리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한글과 기초학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튼튼한 사다리를 놓는 건 정부와 사회의 몫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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