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0 (수)

    코딩 대신 용접 … AI시대 대학만 바라보는 교육 바뀌어야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침투하는 미국 경제는 한국 경제에 '미리보기'를 제공하는 거대한 실험장과 같다. 최근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취재진이 미국 고용시장에서 포착한 AI발 '일자리 대전환' 흐름이 그렇다. AI가 침투하기 어려운 블루칼라 직군을 중심으로 요즘 미국의 2030세대에서 새로운 커리어 전환과 재교육 노력이 가열차다.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커리어를 접고 직업학교에 진학해 용접을 배우는 등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안전 영역'을 찾아 뛰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IBM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취업 도전자들의 학위를 가리고 내재된 역량을 우선하는 이른바 '디그리 프리·스킬 퍼스트(degree free·skill first)' 채용이 확산하고 있다. 팰런티어의 경우 10대 고등학교 졸업생을 선발해 사내 업무에 투입시키는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실무가 검증되면 대학을 건너뛰고 입사한다. 한기용 새너제이주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취재진에게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냐'의 논쟁을 넘어 기업의 채용 공식이 아예 바뀌고 있다"고 일갈한다.

    이 격변의 현실에서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걱정을 넘어 아찔함마저 든다. 고학력 구직자와 기업 간 미스 매칭이 심화하면서 젊은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1월 고용지표를 보면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한 4년제 대졸 이상 2030 고학력 장기실업자가 12만명에 육박한다.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AI발 일자리 충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코딩을 접고 용접을 배우는 미국 청년들의 선택은 곧 한국에 들이닥칠 모습이다. AI가 추격할 수 없는 피난처를 찾는 청년들에게 한국의 대학은 어떤 답을 제시할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대학이란 교육 과정이 과연 필요한지, 건너뛰는 게 좋을지부터 생각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간판을 유지하려면 산업 수요에 기반한 교육 과정과 재교육·전직을 지원하는 실습 중심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수밖에 없다. 변신과 생존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