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이뿐인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IBM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취업 도전자들의 학위를 가리고 내재된 역량을 우선하는 이른바 '디그리 프리·스킬 퍼스트(degree free·skill first)' 채용이 확산하고 있다. 팰런티어의 경우 10대 고등학교 졸업생을 선발해 사내 업무에 투입시키는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실무가 검증되면 대학을 건너뛰고 입사한다. 한기용 새너제이주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취재진에게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냐'의 논쟁을 넘어 기업의 채용 공식이 아예 바뀌고 있다"고 일갈한다.
이 격변의 현실에서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걱정을 넘어 아찔함마저 든다. 고학력 구직자와 기업 간 미스 매칭이 심화하면서 젊은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1월 고용지표를 보면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한 4년제 대졸 이상 2030 고학력 장기실업자가 12만명에 육박한다.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AI발 일자리 충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코딩을 접고 용접을 배우는 미국 청년들의 선택은 곧 한국에 들이닥칠 모습이다. AI가 추격할 수 없는 피난처를 찾는 청년들에게 한국의 대학은 어떤 답을 제시할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대학이란 교육 과정이 과연 필요한지, 건너뛰는 게 좋을지부터 생각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간판을 유지하려면 산업 수요에 기반한 교육 과정과 재교육·전직을 지원하는 실습 중심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수밖에 없다. 변신과 생존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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