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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포퓰리즘 돈풀기 하는 정부, 한은엔 "물가안정 공조"라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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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국무총리가 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물가·환율 안정을 위해 한은과 정부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물가가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하고 환율도 불안한 상황이니, 공조하자는 말 자체는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정책이 물가·환율 안정에 역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공조를 말하기 전에 자기 성찰부터 해야 한다.

    이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새해 예산안은 728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9%에 이를 전망된다. 특히 그 예산안에는 1조1500억원의 지역화폐, 2340억원의 농어촌 기본소득 같은 포퓰리즘 성격의 예산이 들어 있다. 세출 예산의 3분의 2를 지방선거가 예정된 내년 상반기 중에 쓰겠다는 말도 했다. 선거용 돈 풀기가 쏟아져 물가와 환율을 자극할까 걱정이다. 그런 돈 풀기를 확정한 날에 한은 총재에게 "물가 안정"을 말하니,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이 존재 이유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자고 해도, 물가 안정에 역행하면 못한다고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온갖 압력을 넣어도 필요하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선거를 의식하기에 이런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해 물가 안정의 사명을 맡긴 것이다. 1970년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은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연준 본부 외곽에 집결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고금리가 1980년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데도 볼커를 지지했다. 올바른 정부라면 이래야 한다. 돈 풀기 재정 정책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가 불투명한 지역화폐를 풀고, 미국에서 효과가 낮은 것으로 검증된 기본소득 실험까지 하겠다고 한다. 15만원 기본소득으로 농어촌을 살리겠다는 발상은 납득이 안 된다. 선심성 매표 행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물가 안정을 위한 진정한 공조는 책임 있는 재정 운용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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