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기자24시] 지역의사제, 낙인 아닌 훈장 되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심희진 과학기술부 기자


    지역의사제 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조는 복무형과 계약형 두 가지다. 복무형은 정부가 의대 입학 단계부터 인재를 선발해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특정 권역에서 10년간 의사로 의무복무하는 방식이다. 계약형은 5년 차 이하의 필수의료 전문의들이 대상이며, 5~10년간 지역 병원과 약정을 맺고 근무하게 된다. 내년에 복무형 지원을 시작해도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당장의 공백을 계약형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계약형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 제도로 계약복무 중인 30대 전문의 A씨는 "본인의 자유 의지로 일할 곳을 정하기에 정책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인건비 부담을 덜어서 좋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지역에 머물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선택권이 있는 계약이라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복무형이다. 지금까지 지역에 남은 의사들은 적어도 스스로의 결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복무형이 시행되면 '어쩔 수 없이 묶인 인력'이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 지역 병원 전공의 B씨는 "입학 단계에서부터 비주류 경력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며 "나중에는 상위 의사와 하위 의사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낙인이 되지 않게 하는 설계'다. 복무형이 의사들의 수도권 진입을 막는 장치로 비치지 않으려면 지역에서 쌓는 시간이 기회와 보상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거점 병원에서 필수·공공의료를 맡았던 이력이 승진과 이직 과정에서 실질적 가점으로 인정돼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환자의 선택권이다. 한 의대 교수는 "지역 거주자들이 권역 안에서 진료받을 때는 건강보험을 적용해주고, 서울로 오면 전액 비급여로 하는 방침까지 병행해야 제도 취지가 달성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사들이 지역에 머물러도 환자들이 상경하면 이 정책은 실패다. 서울로 올라오는 환자들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심희진 과학기술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