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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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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무겁네?”…동갑男 시신 지문으로 6000만원 대출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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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 오피스텔 살인’ 양정렬 무기징역 확정

    경제적 어려움…오피스텔 침입해 대상 물색

    피해자 시신지문·신분증·휴대폰 이용해 대출

    렌트카 빌려 시신 유기 시도도…무거워 포기

    처음 본 동갑내기 남성을 살해하고 피해자 지문으로 대출까지 받은 ‘김천 오피스텔 살해범’ 양정렬(32)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세계일보

    양정렬 머그샷. 오른쪽은 양씨가 지난해 범행 도중 다친 상처를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모습. 대구지검 제공·채널A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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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도살인, 사기, 사체유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양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양씨는 지난해 11월11일 경북 김천시 율곡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 A(당시 31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씨는 당시 1년5개월가량 무직 상태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다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기로 마음을 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전부터 자신의 휴대전화로 ‘살인사건’ ‘절도 목적 침입’ 등을 검색하고, 과거 거주 경험이 있던 김천에서 범행을 계획했다.

    양씨는 범행 전날 오피스텔을 돌며 거주자를 확인했는데, 경비원 행세를 하면서 카드키를 점검해줄 것처럼 속여 피해자가 주거지 현관문을 열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피스텔에서 7시간여 대기하던 중 자신보다 체격이 왜소한 남성인 피해자가 홀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범행을 결심, 이튿날 그가 귀가하자 오피스텔 경비원을 사칭해 집 안에 들어간 뒤 흉기로 살해했다.

    양씨는 A씨를 숨지게 한 뒤 지갑과 주민등록증, 휴대전화 등을 훔쳐 간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 시신의 지문을 이용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 등 개인정보를 탈취해 6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320만원을 인출해 챙겼다.

    양씨는 범행 1주 뒤 A씨의 주거지에 방치한 시신을 빌린 차량에 싣고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범행 후 시신을 랩으로 감아 유기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신이 무거워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휴대폰으로 그의 가족들에게 “집에 없다” 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양씨를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연 뒤 그 해 12월12일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을 위해 양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지난 4월 1심은 “피고인의 인면수심의 잔혹한 범죄에 상응하는 중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기 위해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을 선고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양씨가 초범인 점 등을 감안해 검찰의 사형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양씨 측은 형이 무겁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지난 8월 2심은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은 “궁핍한 경제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을 강탈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양씨는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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