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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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재명 정권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공격하고 있진 않느냐”며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고 말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과, 윤석열과의 절연, 중도 외연 확장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며 거듭 ‘마이 웨이’를 외친 것이다.
장 대표의 발언은 내년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당내에 노선 변경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장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하더니, 12·3 비상계엄 1년에는 사과는커녕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했다. 일부 의원과 심지어 송언석 원내대표마저 고개 숙여 사과했어도 국민들 눈에 국민의힘이 여전히 ‘윤석열 옹호당’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장 대표 때문이다.
장 대표의 발언은 침묵하던 영남 중진 의원들의 경고마저 무시한 것이다. 국회부의장인 당내 최다선 주호영 의원(6선·대구 수성갑)은 지난 8일 지역 언론인 초청 토론회에서 “자기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며 “지금처럼 ‘윤 어게인’ 냄새가 나는 방향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원조 친윤’ 윤한홍 의원(3선·경남 창원마산회원)은 지난 5일 장 대표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라고 직격했다.
이들이 ‘내란 1년’이 지난 이제서야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이들마저 이러하겠는가.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공당의 역할을 하기 위한 그 출발점은 비상계엄 사과 및 윤석열과의 절연이다. 장 대표는 이를 요구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목소리마저 ‘내부 공격’으로 치부한다. “내부 총질”이라며 이준석 대표를 내쫓고 당내 이견을 용납하지 않던 윤석열을 떠올리게 한다. 또 김종혁 전 최고위원 같은 합리적 비판자마저 당무감사하겠다며 압박하는 건 ‘내부 편 가르기’ 아닌가.
장 대표는 보수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만의 “타임 스케줄과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겠다”고 했다. 당분간 정부·여당의 실책을 노리며 지금 기조를 유지하다가 내년 어느 시점에 ‘깜짝 변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는 사이 당은 국민에게서 더 멀어지고 장 대표는 당내에서조차 고립될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정치 기술’을 부릴 생각은 버리고, 상식과 합리를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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