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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낮췄지만…장기 금리는 오히려 급등
8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장기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28%포인트 오른 연 4.172%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작한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연 3.6%대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정작 금리 인하를 진행한 후 약 1년 새 0.5%포인트가량 금리가 오히려 급등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0.8%포인트가량 치솟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은 파월이 2025년 10월29일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을 마치고 기자회견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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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내리면 보통 시장 금리도 따라서 떨어진다. 다만 만기가 긴 장기 시장 금리는 단기 시장 금리보다 기준금리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그런데도 Fed의 금리 인하 기조에서 장기 시장 금리가 상승한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경기 침체를 제외하고 지난 40년 동안 단 두 번의 완화 사이클(1995년과 1998년)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만 인하했을 때조차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번 사태 때보다 크게 하락하거나 상승 폭이 작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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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 자극할까 우려
전문가들은 금리 정책 신뢰 훼손이 시장 금리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Fed가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금리를 과도하게 내리면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이럴 경우 장기 국채에 대한 기간 프리미엄(채권을 오래 보유할 때 생길 위험에 따라 보상으로 요구하는 추가 금리)이 올라가 금리도 높아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추산에 따르면 이런 기간 프리미엄은 금리 인하 주기가 시작한 이후 거의 1%포인트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Fed 의장 후임으로 자신의 경제 책사인 케빈 헤셋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런 우려는 더 커졌다. 투자자문사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물가 상승률이 2% 목표치를 꾸준히 웃돌고 경제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Fed가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채권 거래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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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국채 발행이 금리 상승 압박
확장 재정 정책에 따른 국채 공급 확대, 대규모 감세, 커지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결국 돈이 부족한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외국인을 중심으로 미 국채 매도세가 커질 수 있다. 국채를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면서 국채 금리는 올라간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2000년대 중반에 미국 Fed가 직면했던 ‘그린스펀 난제’와 대칭된다는 지적을 한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장기 국채 금리는 따라 오르지 않은 상황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훗날 이는 해외 과잉 저축 자금이 미국 국채 시장에 몰리면서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런던 스탠다드 은행의 스티븐 배로 전략책임자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반대로 주요국들이 과도한 차입을 하면서, 저축 과잉이 채권 공급 과잉으로 전환됐다”면서 “이런 채권 공급 과잉이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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