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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사설] 쿠팡 소송 이겨도 ‘찔끔’ 배상, 집단소송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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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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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70만건에 이르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른다. 현재까지 법무법인을 통해 단체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약 20만명 수준이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전체 유출 규모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승소하더라도 과거 판례대로라면 1인당 10만원 정도의 소액만 배상받을 수 있어 실질적 피해 구제가 되지 않는다. 또 배상 규모가 적다 보니 기업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확실한 견제 수단이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런 경우 미국에선 집단소송제를 활용한다. 대표 당사자가 전체 피해자들을 대표해 소송을 수행하면 모든 피해자에게 자동적으로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소송 제기의 편의성과 소액의 다수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고용·인권·환경·증권 등 일반 민사 사건에 공통적으로 적용돼 미국의 대표적인 피해 구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도 증권 분야에 한해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긴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2005년 도입 이래 20년이 되도록 소송 제기 건수가 12건, 이 중 승소·화해 사례가 절반에 불과하다. 도입 초기 남소 방지를 위해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적용 범위도 좁게 설계한 탓이다. 소송 제기를 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가 가능해 본재판을 시작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소송 대상도 허위공시·시세조종 등으로 한정돼 있다. 본재판에 들어가도 기업 내부 자료 등 증거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 미흡으로 원고가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기도 어렵다.



    법무법인 대륜이 쿠팡 본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연내에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 한다. 여기서 승소해도 한국 피해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쿠팡 본사의 내부 의사 결정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는 한국에서 벌어졌는데 증거 확보 등을 미국 집단소송에 기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실질적인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통신·금융·유통 등 소비자와 밀접한 영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대규모 피해가 양산되고 있지만 기존 법과 제도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탓이다. 집단소송제를 소비자 피해 양산 분야로 대폭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현실화,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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