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온상지로 베네수엘라 지목
잇딴 거액의 로비로 사면 가능성
“일관성 없는 마약 정책” 비판
연합뉴스는 9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마약 관련 범죄자 약 90명을 사면하거나 감형했다고 보도했다. 두 번째 임기에서 마약범 최소 10명을 사면 또는 감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원탁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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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마약 위기를 강조하며 마약 불법 유통의 온상지로 베네수엘라를 지목하고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80여 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현재도 마약 유통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과 정권 교체를 노리며 군 투입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취임 첫날부터 마약, 무기 등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의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사면했다.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삼아 마약 등의 밀거래가 대량으로 이뤄진 사이트다. 울브리히트는 201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지난 4일 온두라스에서 한 시민이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 사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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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카고 갱단 두목 래리 후버, 볼티모어의 '마약왕' 가넷 길버트 스미스 등의 사면을 허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코카인 400t 이상을 미국에 밀반입한 죄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자 명단에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거액의 로비가 오가는 수익성 좋은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로비스트들이 올해 사면 등 행정 구제책을 위해 활동하는 업체들에 지불한 돈은 210만달러(약 31억원)에 이른다. 작년 한 해 지출액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다.
사면받기 원하는 일부 개인들은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사안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의 마약 정책 전문가 제프리 싱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정책 전반에 있어 엇갈린 입장을 보여왔다"며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 밀매범은 사면하면서 미국에 없는 마약 밀매범은 현장에서 사살하라고 지시한다"며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왜 이 나라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가"라고 부연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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