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인도에서도 기업들은 왜 남쪽에 위치한 타밀나두로 몰려갈까. 주도 첸나이는 ‘인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며 이미 완성된 산업 생태계를 갖췄다. 현대차·포드·르노닛산·미쉐린 등 자동차 관련 업체는 물론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 공장도 이곳에 있다. 항만 인프라가 탄탄해 수출에 유리하고, 부품 공급망도 좋아 최적의 입지 조건이다. 기업 하나가 깃발을 꽂으면 협력사가 따라가고, 물류·인프라가 확충되는 ‘집적 경제’의 현장이기도 하다.
▶핵심 매력은 역시 ‘사람’이다. 한 때 인도양 해양 무역을 제패했던 곳이 타밀나두다. 타밀나두는 인도 내에서도 교육열이 가장 뜨겁다. 고등교육 진학률은 인도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하고, 특히 이공계 인재가 풍부하다. 게다가 인도 남부는 아리안계 중심의 북부와 달리 드라비다족이 주류다. 기업인들은 “북부인보다 온순하고 성실하며, 손재주가 비상하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한국인과 닮은 듯한 모습이다. 드라비다족은 우리처럼 쌀밥을 먹고 엉덩이에 푸른 반점을 달고 태어난다. 타밀어에는 한국어와 뜻과 발음이 유사한 단어가 1800여 개나 된다. 엄마(Amma)·아빠(Appa)는 기본이고, 나(Naa), 너(Nee), 이리 와(Ingay wa) 같은 구어체까지 흡사하다. 같은 어순을 쓰고, 들판엔 고인돌이 있으며, 명절엔 샅바를 매고 하는 씨름(Mukhna)판이 벌어진다. 이 문화적 코드가 K-제조업과 타밀나두의 접착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치열하게 밖으로 진출하는 동안 우리 안방은 비어가는 현실은 뼈아프다. 규제와 인력난에 떠나는 엑소더스의 물결은 그칠 줄 모른다. 물길을 막을 수 없다면 배를 띄워야 한다. 타밀나두의 K-제조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고, 그 과실이 탯줄처럼 연결된 한국의 R&D(연구·개발) 센터로 흘러온다면 ‘경제 영토’ 확장이 될 것이다. 인도양의 산업 형제들과 손잡고 만드는 K-제조업 벨트가 한국 경제의 또다른 엔진이 되길 기대한다.
/이철원 |
[이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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