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0 (수)

    [설왕설래] 연예계 살풍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은 사회적 상징이다. 그들의 언행은 스크린이나 방송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대중이 선망하거나 모방하는 대상이 되며, 때로는 사회적 가치관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연예인의 부적절한 처신은 종종 공적 신뢰의 균열로 이어지곤 한다. 그들의 경솔한 행동,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태도,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발언 등이 드러날 때 대중이 느끼는 실망감은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렵다. 물론 이를 악용한 왜곡과 과장도 적지 않다.

    연예인이 부적절한 과거나 사생활을 둘러싼 잡음으로 활동을 접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연예인과의 접촉이 일상화한 최근에는 과거 범죄 이력이나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해졌다. 사생활은 없고,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연예인 이미지가 상품성과 직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곧잘 어제의 ‘영웅’이 하루아침에 ‘죄인’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논란→여론 비난→사과 요구→활동 중단’의 패턴이 반복된다. 유명세치고는 꽤 혹독하다.

    요즘 연예계도 살풍경이다. 소년범 출신 과거가 드러난 데 이어 성인이 된 후에도 폭행·음주운전 이력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배우 조진웅(49·본명 조원준)은 전격 은퇴를 결정했다. 조직 폭력배와의 친분 의혹에 휩싸인 방송인 조세호(43)도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자진 하차했다. 박나래(40) 역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이미지 실추와 프로그램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방송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범죄 전력을 숨기고 정의로움으로 포장한 위선과 부적절한 처신, 갑질·불법 의료 의혹에 휩싸인 탓이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라면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에 맞서 “이미 죗값을 치렀다.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며 두둔하는 이도 있다.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번져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선악이분법에 근거해 ‘증오의 굿판’을 벌여온 정치권 책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감정적 반응 대신 합리적 판단을 통한 건전한 비판 문화가 요구된다. 증오 상업주의에 물든 우리 시대 자화상인 탓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