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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없어서 못 샀는데 아무도 안 사요”...유령빌딩으로 전락한 지식산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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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매거래·금액 5년만 최저
    잇단 파산에 경매물건 폭증
    매각률·응찰자수 모두 바닥
    업계, 주거용 전환 기대에도
    정부 “제약 많아 불가” 결론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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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식산업센터는 말 그래도 ‘최악’입니다. 미분양은 쌓이는데 거래는 안 되고 공실 해결책도 없어요.” (상업용 부동산 업체 임원 A씨)

    과잉 공급과 업황 악화가 맞물리며 전국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역대급 한파를 맞고 있다. 올 3분기(7~9월) 기준 매매 건수와 거래금액이 최근 5년간 최소를 기록한 가운데, 분양 계약자들은 잔금 대출 중단 등으로 파산에 내몰리면서 법원경매 물건이 폭증하고 있다. 정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9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 건수는 520건, 매매 금액은 2089억원이었다. 분기별 데이터를 집계한 2021년 이후 건수와 금액 모두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 2분기(4~6월) 지식산업센터 매매 건수(814건), 금액(3492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36.1%, 40.2%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매매 건수(987건)와 금액(4493억원)보다는 각각 47.3%, 53.5% 줄었다.

    반면 경매시장에 나오는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쌓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수도권에서 경매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모두 274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1348건) 대비 무려 103.9%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매각률·매각가율·응찰자 수 등 경매 낙찰과 관련한 각종 지표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매각률은 2024년 25.80%에서 올해 1~11월 20.10%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매각가율은 65%에서 55%, 응찰자 수도 2.7명에서 2.4명으로 떨어졌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공급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수요까지 둔화된 상황”이라며 “현재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단기간 내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아파트형 공장에서 시작된 지식산업센터는 2021~2022년 아파트 대출·세금 규제를 피해 뭉칫돈이 대거 유입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 시대 ‘은퇴 후 월급통장’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너도나도 지식산업센터 분양에 뛰어들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며 미분양·공실 문제가 발생했다. 위기를 느낀 은행이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면서 제때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투자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선 공실이 심하거나 미착공한 지식산업센터를 용도전환해 주택을 공급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같은 안을 검토했지만 주거용 전환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9·7 공급대책에서 도심 내 공실 상가, 업무시설 등을 용도변경하고 수도권에 건설 중인 생활숙박시설 1만실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전환해 주거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주거시설 전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건물 구조상 입주한 모든 가구의 일조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거주에 적합하게 개조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시설 기준을 맞추려면 비용을 추가해 공사를 해야 하는데, 수분양자들의 자금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 많아 이 또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지식산업센터 규제는 계속해서 완화돼왔고, 주거용으로 용도전환되면 산업 집적 활성화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특정 지식산업센터만 용도전환이 허용되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일단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대출 문호를 열어주는 것이 시급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측면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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