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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김준의 맛과 섬] [269] 주문진 무늬오징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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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주문진 무늬오징어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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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에 첫눈이 내리던 날이다. 주문진 어시장에서 무늬오징어를 만났다. 여러 점포 수족관에 무늬오징어가 자리를 잡았다. 한 점포에서 큼지막하고 현란한 색을 자랑하는 오징어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15만원이에요.” 주인이 흥정할 눈치다. 몇 걸음을 더 옮기다 작은 놈을 만났다. “7만원이에요.” 멈칫하다 고개를 돌려 옆집 점포 주인과 마주쳤다. 막 회를 떠 놓았다며 한 접시 남았다며 가져가란다. 무늬오징어회를 식당으로 가져와 식사를 주문하고 양해를 구한 뒤 참기름장을 부탁했다.

    무늬오징어는 표준명이 흰꼴뚜기이며, 속명은 흰오징어라 한다. 살오징어목 꼴뚜기과에 속하지만 외형과 크기는 갑오징어를 닮았다. 난류성으로 우리나라 동해, 남해, 제주, 일본 남부에 서식한다. 여름철에 무늬오징어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들어온다. 최근 서해에도 출몰한다는 소식이다. 11월 혹은 12월에 주문진·삼척·묵호 어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무늬오징어는 투명한 몸에 다양한 색이 별빛처럼 박혀 있다. 무늬오징어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유다. 그 색이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바뀐다. 며칠 전 가파도에 갔다가 무늬오징어 먹물찜을 만났다. 가파도 사람들은 지느러미만 회로 먹고, 몸통은 먹물 숙회를 만들어 먹고, 다리는 해물짬뽕 등 탕류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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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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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오징어회 맛은 어떨까. 무늬오징어는 복처럼 얇고 표면적이 넓게 썰어야 한다. 그 이유를 식감과 맛을 보고 알았다. 만약 두껍게 썰었다면 씹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오징어 중에서 감칠맛과 단맛이 으뜸이다. 얇게 어슷하게 단면을 넓게 썰수록 깊은 맛이 난다. 숙회는 먹물통까지 그대로 두고 통찜을 해 두껍게 썰었다. 오징어보다 역시 감칠맛이 더 뛰어나다. 먹다가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입술이 검은 립스틱을 바른 것 같다. 누가 그랬던가. 무늬오징어에 빠지면 오징어는 쳐다보지 않는다고. 갑오징어도 뒤로 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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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로 잡아 올린 무늬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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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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