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0 (수)

    [단막극의 전환점③] '양파수프'·'줄이어폰', 새로운 시도의 첫 페이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퇴근 후 양파수프' 감독 "제목 보자마자 끌려"
    '첫사랑은 줄이어폰' 감독 "설렘·공감 느껴"


    더팩트

    오는 14일부터 KBS의 단막극이 '러브 : 트랙'을 통해 공개되는 가운데 '퇴근 후 양파수프'와 '첫사랑은 줄이어폰'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1년간 단막극의 정통을 이어온 KBS가 달라진 드라마 환경 속에서 새로운 단막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단막극은 그동안 수많은 스타 작가와 창작자를 배출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BS는 이전과 달라진 단막극 프로젝트 '러브 : 트랙'을 선보인다. 이에 <더팩트>는 KBS가 41년간 이어올 수 있던 단막극의 매력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도가 단막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러브 : 트랙'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퇴근 후 양파수프'와 '첫사랑은 줄이어폰'이다. 먼저 '퇴근 후 양파수프'는 지친 인생에 유일한 위로였던 양파수프가 메뉴판에서 지워진 이유를 알아내려는 남자와 요리사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동휘와 방효린이 호흡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이영서 감독은 <더팩트>에 "처음 '러브 : 트랙' 기획이 정해졌을 때부터 음식 소재의 작품을 하나는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끌렸다. 읽어보니 내용도 너무 재밌어서 '이 대본은 제가 만들고 싶다'고 거의 선언하듯 얘기했다"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웃픈데 낭만적인' 이야기와 인물들이다. 지친 일상에 유일한 위로였던 존재가 사라졌을 때 오는 상실감이라는 공감 포인트도 확실했다. 양파수프가 왜 사라졌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은 손님과 모종의 사연을 숨긴 가게 주인의 케미와 티키타카가 재밌으니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작품을 집필한 이선화 작가는 "일상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식재료 하나로 가장 뜨겁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양파수프를 떠올리게 됐다"며 "소박한 재료이지만 시간과 정성만 들인다면 훌륭한 풍미를 지닌 음식이 되는 양파수프같은 일상적이지만 따스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동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박무안 역을 맡는다. 무안은 회사에서 늘 구박받고 친구도 애인도 없이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퇴근 후 들르는 단골 식당의 양파수프가 그의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낙이지만 어느 날 메뉴판에서 양파수프가 사라지며 그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이 감독은 "이동휘는 박무안 캐릭터가 대변하는 지친 현대인의 모습을 공감가고 이입되게 잘 표현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동휘가 '어린 의뢰인' '결혼, 하겠나?' 같은 독립영화에서 보여준 얼굴들을 제가 참 좋아하는데 무안이에게도 그런 결을 가져가고 싶었다. 앞서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말씀드린 '웃픈' 포인트도 누구보다 잘 살려주실 거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더팩트

    배우 이동휘(왼쪽)와 방효린이 '러브 : 트랙'에서 '퇴근 후 양파수프'로 호흡을 맞춘다. /각 소속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효린은 프랑스 가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한다정 역을 연기한다. 손님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순간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는 인물이지만 어느 날 과감히 메뉴판에서 양파수프를 지우게 된다. 양파수프를 둘러싸고 펼쳐질 무안과 다정의 달콤한 로맨스에 관심이 모인다.

    이 감독은 "방효린은 손님과 밀당하는 가게 주인 한다정 역할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 다정이 무안을 꽤 퉁명스럽게 대하는 면이 있는데 그게 미워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수 있는 배우를 찾던 중 방효린이 출연한 '지옥만세'를 보고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정은 짧은 러닝타임 동안 캐릭터에 변주도 있어서 분명 표현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는데 방효린이 가진 묘한 매력과 깊은 사랑스러움으로 최고의 다정이 탄생했다"고 떠올렸다.

    이 작가 또한 "캐스팅 소식을 듣고 흐릿하게 떠올리며 집필했던 이야기가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두 배우가 가진 각자의 매력이 캐릭터에 덧입혀져 드라마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다채롭고 풍성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2010년 전교 1등을 도맡아 온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양아치 남학생을 만나면서 본인의 꿈과 사랑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옹성우와 한지현이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정광수 감독은 "30분 분량의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공감 가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획 의도에 완벽히 부합하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인물이 줄이어폰을 나눠 끼는 장면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로맨틱한 선율과 함께 가까이 느껴지는 상대방의 숨소리 체취 두근거림까지. 아주 단순한 장면이었지만 그 순간 인물들이 느꼈을 설렘이 생생하게 전해졌다"며 "누구나 학창 시절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 포인트가 대본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효 작가는 "2010년 당시 저는 학생이었는데 스마트폰을 개통한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너희들 이거 실제로 본 적 있냐'며 자랑하셨던 기억이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가닿기 쉽다. 분명 편리하지만 어쩐지 애틋함은 그만큼 줄어든 것 같다"며 "첫사랑은 애틋하다. 그런 이유에서 2010년을 배경으로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더팩트

    배우 옹성우(왼쪽)와 한지현이 '러브 : 트랙'에서 '첫사랑은 줄이어폰'에 출연한다. /각 소속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옹성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작곡가를 꿈꾸는 기현하로 변신한다. 우연히 영서의 비밀을 알게 된 현하는 그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정 감독은 "현하는 한결같으면서도 이상향에 가까운 인물이다. 영서는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가장 이상적인 첫사랑으로 남길 바랐다. 이는 외모뿐 아니라 캐릭터가 지닌 가치관과 아우라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옹성우 특유의 밝고 올곧은 에너지가 현하와 딱 맞아떨어졌다"며 "드라마 영화 연극을 오가며 보여준 배우로서의 치열한 고민과 성장이 현실에 없지만 누구나 꿈꾸는 워너비 현하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정 작가 또한 "현하는 부드러운 친구다.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이 어느 방향인지 알기에 스스로 단단한 확신이 있는 친구다. 자기 확신은 사람에게 여유를 가져다준다"며 "현하는 여유롭고 또 그만큼 부드러운 인물이다. 직접 만나본 옹성우는 주변 공기를 부드럽게 녹이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옹성우와 가졌던 미팅 시간이 편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한지현은 명석한 두뇌를 지닌 모범생 한영서로 분한다. 전교 1등으로 엄마와 선생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내면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세상을 향한 반항심을 품고 있는 임눌이다. 두 사람이 완성할 아련한 첫사랑이 안방극장에 설렘을 안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감독은 "극을 이끄는 영서는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수험생의 압박감 속에서 현하를 만나 변화하고 끝내 밝은 에너지를 지닌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변화 과정을 세밀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해 줄 배우가 필요했다"며 "한지현은 '펜트하우스'부터 '치얼업'까지 상반된 캐릭터를 흔들림 없이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캐스팅을 결심했다. 특히 극 후반 영서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보여준 한지현의 캐릭터 해석은 현장에 있던 저조차 생각지 못한 디테일이 살아있어 놀랐다"고 감탄했다.

    정 작가는 "영서의 경우 날카로움 안에 진실한 모습이 숨어 있는 친구라고 상상하며 글을 썼다. 제가 생각한 영서는 아직 계기를 만나지 못해 깨닫지만 못했을 뿐 속에는 자기만의 꿈을 향한 에너지가 가득한 친구다"며 "대본 리딩 때 만나 뵌 한지현이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분이었다. 힘차게 인사를 하시던 때 리딩 공간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 모두 싱크로율 100%를 넘어 200%라고 느꼈다"라고 호평했다.

    KBS가 이어온 단막극의 전통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드라마 환경 속에서 창작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신인 창작자의 새로운 감각과 다채로운 서사를 담아내는 방식은 KBS 단막극의 지향을 분명히 한다. '러브 : 트랙'은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KBS의 당찬 의지다. <끝>

    <관련 기사>

    [단막극의 전환점①] KBS가 지켜온 이야기의 뿌리

    [단막극의 전환점②] '러브 : 트랙', 신인 창작자를 위한 기회의 장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