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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사설] 청년 60%가 구직 희망 잃어, 日 최악 때보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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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청년 10명 중 6명이 사실상 구직을 포기했거나 의례적으로 시늉만 하는 '소극적 구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에 적극 나선 취업준비생들도 10번을 지원하면 2번 정도만 서류 통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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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4학년생과 졸업자 10명 중 6명은 사실상 구직을 포기했거나 경험 삼아 의례적으로 지원하는 소극적 구직 상태라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설문조사에서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하거나(21%), 하더라도 의례적 구직에 그치거나(32%),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쉰다(7%)는 응답이 60%에 달했다는 것이다.

    취직하는 게 싫어서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적극적 구직자들은 올해 평균 13회 이상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서류 전형 합격률은 2.6회에 그쳤다. 그 정도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 그러니 청년들이 취업 가능성을 낮게 보고 무기력감에 빠져 구직 자체를 단념하게 된다는 뜻이다. 사회적 위험 신호다.

    청년 취업난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공채를 없애고 즉시 일을 시킬 수 있는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AI(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가 더해졌다. 과거 신입 사원들이 맡던 자료 조사와 문서 작성, 코딩 등의 초급 업무를 이제는 AI가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 채용의 필요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 고용 절벽이 초래할 미래는 일본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10여 년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해 취업 빙하기를 겪었다. 당시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잃어버린 세대’라 불렀는데, 이들이 50대가 돼서도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한 채 80대 노부모의 연금에 의존해 사는 ‘8050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상이 됐다. 개인의 좌절이 국가 재정과 사회 안전망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30년 전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기업에 채용을 강제할 수 없고 그래서 될 일도 아니다. 기업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드는 부담보다 그로 인한 이익이 크면 채용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결국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기업이 해고 부담 없이 필요할 때 사람을 더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일자리 전체가 늘어나 해고를 막을 때보다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해질 수 있다.

    규제를 혁명적으로 철폐해 새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게 해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직무 전환 교육과 실무형 인턴십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학 교육 역시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전면 개편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머지않아 국가 최대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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