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BIS는 분기 보고서를 통해 “금과 미국 주식(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이 동시에 폭발적인 움직임(급등)을 보인 것은 지난 5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현재 나타난 신호는 과거 ‘거품’ 시기와 유사하며, 조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BIS와 외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값은 60% 상승했다. 197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9월 이후에만 20% 뛰었다.
신현송 BIS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은 기자들에게 “금값은 다른 위험 자산과 함께 상승하면서 안전 자산 역할을 해 온 역사적 패턴에서 벗어났다”며 “금이 투기적 자산과 훨씬 더 유사해졌다”고 말했다.
BIS는 거품에 대한 신호로 금 등에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개인투자자의 과열과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결합돼 금값을 밀어 올렸다”며 “군집적 행동, 사회적 상호작용, ‘나만 놓칠까’ 하는 두려움(FOMO)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부터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펀드의 순자산가치를 웃돌고 있는 게 근거다.
“폭발적 상승 뒤에는 대개 급격한 조정이 따른다”고 BIS는 지적했다. 1980년 고물가와 지정학 위기 등이 겹쳐 발생한 금 가격 붕괴를 사례로 들었다. BIS는 또 인공지능(AI) 기업 가치에 대한 논란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최근 20% 급락하는 등 ‘위험 선호 환경’의 취약성이 커지는 데 대해서도 광범위한 경고를 내놨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은 AI 투자자들의 장밋빛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갑자기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국장은 “현재 AI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에 엄청난 지출을 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와 다른 점”이라며 “그런 지출이 장기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내년 세계 경제가 얼마나 버텨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IS는 달러의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올해 달러는 미국의 관세 정책, 재정 적자, 금리 인하 기대 등을 이유로 약세를 보였다. 2007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 폭을 기록할 걸로 예상된다. 신 국장은 “미국 외 투자자들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어떻게 움직일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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