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한림대 교수 |
무심코 틀어놓은 SNS에서 80년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추억에 잠겨 듣다가 드는 생각. “이때 노랫말은 정말 시처럼 좋았구나!” 80년대는 창작의 자유가 지켜지지 못했을 시절인데, 그 억압된 자유 속에서 어떻게 저런 아름답고 창의적인 가사가 나올 수 있었는지.
그런데 심리학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결과이다. 원래 우리 뇌는 완전한 자유가 주어졌을 때보다 어느 정도 제약이 있었을 때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
일단 어려운 상황에서 뇌는 훨씬 더 논리적이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에게 쉽게 생각하면 오답을 말하지만, 좀 깊게 분석적으로 생각하면 정답을 말할 수 있는 문제들을 풀게 했다. 그런데 읽기 어려운 폰트를 사용하여 문제를 인쇄한 경우에 정답률이 더 높아졌다.
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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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사고 체계가 있다. 하나는 대충대충 빠르게 답을 찾는 직관적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천천히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논리적 사고이다. 뇌는 언제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관계로 가급적 직관적 사고를 사용하려 한다. 그런데 장애물이 있어서 직관적 사고로 해결될 것 같지 않을 때, 자동적으로 논리적 사고 체계가 작동한다.
‘창의력을 이야기하는 데 논리력이 무슨 상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창의력은 논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창의적 사고는 생성과 평가의 반복이다. 자유롭게 거칠고 모호한 생각들이 생성되면, 그 생각에 대해 논리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진정한 창의적 사고가 구현될 수 있다. 그냥 마구잡이식의 생각은 창의적 사고가 아닌 망상일 뿐이다.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의 뇌는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논리적이고 집중적인 사고를 할 때 활성화되는 집행 제어 네트워크가 동시에 작동한다고 한다.
쉽고 편한 길이 좋을 것 같지만, 어렵고 힘든 환경이 더 나은 생각을 만든다.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을 때, 새로운 길은 만들어지는 법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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