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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사설] 대통령이 한 사람의 ‘망상’에 심취하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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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지난 7월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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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 온 검·경 합동수사단이 관련 의혹 대부분을 사실무근으로 판단하고 의혹 당사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 시작 6개월 만이다. 이 의혹은 2023년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윤석열 정부가 은폐하려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이 백해룡 경정이란 사람이다.

    이 문제는 애초에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백 경정이 제기했던 의혹은 이미 윤석열 정부 때도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였다. 관련자들이 부인했고 당시 정황도 백 경정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백 경정은 현 정권이 들어서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내란 자금 관련 마약 수입 독점 사업을 한 것”이란 주장까지 했다. 이런 사람의 말을 어떻게 그대로 믿을 수 있나.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합동수사단을 구성하고 검찰 개혁론자라는 임은정 검사장에게 수사 지휘를 맡겼다. 마치 큰 의혹이 드러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미 경찰 조사 단계에서 해당 세관 직원들은 당일 연가로 근무하지 않았거나 해당 동선의 출입 기록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백 경정은 이를 알고도 마약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만 믿고 의혹을 부풀린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이 대통령이 나섰다. 백 경정이 “검찰의 셀프 수사는 안 된다”며 반발하자,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백 경정을 합동수사팀에 파견하고 임은정 검사장은 필요시 수사 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수사팀 구성까지 개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다고 없던 일이 생기겠나. 결국 합수단의 전원 무혐의 결론은 백 경정의 주장이 ‘망상’이었다는 것과 같다. 대통령이 한 사람의 망상에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백 경정은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검찰, 관세청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또 나설 차례인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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