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0 (수)

    “숨차다가 가슴 찢어지는 통증… 국내 환자 3159명인 희귀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근육 두꺼워져 혈류 막아… 호흡곤란-흉통-실신 증상 보여

    심초음파-심전도로 진단 가능

    수축 줄이는 신약 ‘마바캄텐’… 수술 안하고 증상 개선 기대

    동아일보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를 받다 호전된 김동호 환우(오른쪽)와 주치의 소문승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손을 잡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1@gmai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숨이 차서 계단을 오르기 힘들고 몸이 붓는 질환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 하나 있다. 바로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의 종류다.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 심장에서 혈액이 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다. 호흡곤란, 흉통, 어지러움,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돌연사 위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현재 국내 환자는 3159명이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를 받고 있는 김동호 환우와 주치의 소문승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은 어떤 질환인가.

    소문승 교수=“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가족력이나 유전자 변이가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이완 기능이 떨어져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좌심실 근육이 두꺼워져 대동맥으로 나가는 혈류를 막는 경우를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이라고 한다.”

    ―환우의 진단 과정은….

    김동호 환우=“2022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쓰러졌다. 그때 찾은 병원에서 심장 근육이 두껍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숨차고 어지러움이 있었고 이후에는 가슴이 쥐어짜는 듯 아픈 증상도 이어졌다. 올해 5월 증상이 악화해 아주대병원에서 원인을 찾기 위해 MRI, 24시간 심전도, 심초음파 검사를 받고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 진단법은….

    소 교수=“비후성 심근병증은 폐쇄성과 비폐쇄성으로 나뉜다. 이를 구분해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초음파와 심전도 검사로 조기에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피검사나 X-레이처럼 흔히 시행하는 검사가 아니라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검사를 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심장 질환으로 숨졌거나 심장 근육이 두껍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반드시 심초음파와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의심 증상은 무엇인가.

    소 교수=“운동할 때나 일상생활 중 남들보다 숨이 차거나 과거에 비해 신체 활동이 어려워졌다면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문제가 없던 계단 오르기가 갑자기 힘들어지거나 몸이 붓는 느낌이 든다면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의 신호이므로 가까운 병원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심초음파 검사는 조영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사전 금식이 필요 없고 검사 부담도 적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김 환우=“걷기도 힘들었다. 가슴속에 나무가 들어선 것처럼 답답했다. 이전에 청소 일을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닦던 중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었고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법은….

    소 교수=“정상 심장 근육 두께가 약 12㎜인데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는 1.5∼2㎝로 두꺼워진다. 그동안 두꺼워진 근육을 절제하는 수술이나 알코올을 주입해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괴사시키는 시술을 진행했다. 이러한 방법은 침습적이고 수술은 가슴을 열어 진행하기 때문에 고령인 환자에게 위험 부담이 컸다. 다행히 최근 심장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줄이는 기전의 신약 ‘마바캄텐’이 등장해 수술 없어도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의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김 환우 역시 5월부터 신약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치료 이후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김 환우=“아주 좋아졌다. 움직일 때 가끔 가슴 두근거림은 있지만 쥐어짜는 듯한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한 시간 정도 걷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소 교수=“치료 전에는 숨이 차서 걷는 것 자체가 힘드신 상태였는데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증상이 고무적으로 개선됐다. 고령임을 고려하면 약제 효과가 상당히 좋으며 1년 정도 더 치료하면 남은 증상들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소 교수=“지난해 12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산정 특례도 해당한다. 이전보다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고 의료진도 일상적으로 처방할 수 있을 만큼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 이제는 환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물어볼 정도다. 적응증에 해당하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소 교수=“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유병률이 낮다. 유전적 질환 특성상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후성 심근병증이 잘 알려지지 않아 ‘심장이 두껍다’ ‘심장이 안 좋다’ 정도로 이해하는 환자도 많다. 질환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절실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심초음파와 심전도 검사를 조기에 받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 환우=“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살았다. 조기에 치료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소 교수=“과거에는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들이 있었지만 신약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건강이 회복된 분이 많아져 의료진으로서도 치료에 보람을 느낀다. 가족력이 있거나 숨참,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꼭 나이와 성별 구분 없이 심초음파 혹은 심전도 검사를 받아 보길 권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