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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박경리, 토지, 서희…그리고 하동 '평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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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시인과 함께하는 문화여행

[편집자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명사(名士)와의 만남으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숨겨진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지역 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생생한 삶을 함께한 명사를 이야기꾼으로 발굴, 육성해 '인생담'과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함으로써 지역의 고품격 여행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지역명사로 선정된 최영욱 시인과 함께 경남 하동으로 떠난 문화여행에서 소설 '토지'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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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시인© News1 이하 사진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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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박경리 선생은 경남 하동 평사리를 보고 '바로 이곳이다'며 무릎을 '탁' 쳤다고 해요."

최영욱 시인은 토지의 독자들에게 잊으려야 잊힐 수 없는 '평사리'와 '최참판댁'을 소설 속에서 현실로 꺼내왔다. 그는 '토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박경리 작가와 얽힌 뒷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며 소설 '토지'에 숨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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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으로 둘러싸인 평사리©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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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에게 박경리는 인생의 옹이처럼 송두리째 박혀있었다. 최 시인은 어린 시절 박경리 작가의 '문학을 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라는 산문집을 읽고 문학도의 꿈을 꾼다. 그는 박경리에 몰입해 젊은 시절을 보내고 불혹의 나이가 넘어 시인이 된다.

지극한 팬심 끝에 최 시인은 소설의 배경지를 현실화 시킨다. 주 배경지던 평사리는 실존하는 지명이다. 경남 하동군 약양면에 거대한 지리산의 능선과 넓은 평야, 섬진강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박경리 작가는 이곳을 보고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 최 시인은 이곳에 소설 속 허구의 장소인 최참판댁을 비롯한 평사리 문학관을 세우며 소설을 현실 세계로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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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분위기에 최참판댁©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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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문학관을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박경리 작가가 허락하지 않았다. 최 시인은 "'토지를 기리는 문학관을 설립하겠다'며 박경리 선생을 찾아가 넙죽 절을 올렸다"며 "하지만 '토지를 이용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대답과 함께 단호하게 거절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일곱 번째 찾아간 후에야 허락을 받아낸다.

그는 "박경리 선생의 허락엔 박완서 선생의 힘이 컸다"며 "두 분은 6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서로에게 '엄마와 딸'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박완서 작가가 시인을 준비하던 박경리를 소설가의 길로 이끌었던 이야기부터 남편과 아들을 잃고 총체적 슬픔에 잠긴 박완서를 박경리가 배추속대국을 끓여 먹이며 보살폈던 일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작가의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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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최참판댁©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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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은 최참판댁에 들어서부터 한옥 가옥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이어나갔다. 한옥은 14동으로 구현했으며 남자 종들이 묵는 행랑채, 아버지와 아들이 기거하는 사랑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있는 안채, 딸이 신부수업을 위해 묵는 별당을 갖추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보는 한옥에는 늦은 가을이 찾아와 고즈넉한 운치를 한껏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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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의 가을 풍경©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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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낙엽이 담긴 바구니©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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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최참판댁의 마지막 코스는 별당이다. 작은 안채에 아기자기한 연못이 딸려 있다. 최 시인은 "한국의 정원 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는 공간"이라며 "일본에 정원은 자연을 안에 가두지만 우리나라 정원은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별당에 자리한 연못은 네모난 모양에 동그란 섬을 쌓아둔 정방형이다. '천원지방'(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의 원리로서 우리 선조들의 우주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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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별당©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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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은 "무엇보다 별당은 토지 속 주인공인 서희의 삶이 깃든 장소"라며 "명대사들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알려줬다.

'…반드시 살아서 네놈들을 죽일게다. 찢어죽이고 말려 죽일게야. 반드시 그럴게야'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서희가 조준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이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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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동상© News1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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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을 다 둘러보고 나와 왼편으로 가면 박경리 작가의 동상이 서 있는 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통영과 러시아에 세워진 동상과 같은 것으로, 살아생전 박경리 선생이 실물 크기로 만들어지는 것을 반대해 작은 크기로 만들어졌다는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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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문학관에 걸려 있는 박경리 초상화© News1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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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업문화전시관'으로 쓰였던 한옥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진 문학관엔 박경리 혼이 스멀거린다. 300㎡쯤 되는 공간의 벽면과 진열장에 작가의 개인사와 창작열과 일상을 더듬을 수 있는 갖가지 책자와 초상화, 사진, 영상물 등이 전시돼 있다. 박경리 작가의 따님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무상 대여한 박 작가의 유물 41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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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토지'©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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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은 토지와 박경리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곳 평산리 문학관에서 열리는 '문학제'와 '달빛낭송회'를 방문해 보라고 추천했다. 문학제와 달빛낭송회는 매년 10월 국내 유명 문인 및 역대 수상자 참여하는 가운데 문학·경연·공연·체험·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2018년엔 5월5일엔 박경리 선생 10주기를 맞아 '10주기 추모문학제'가 열릴 예정이다.

최영욱 시인과 함께 하는 문화여행은 아직 상품화 준비 단계다. 단, 단체 방문 예약 문의는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팀(033-738-3681) 또는 지리산C (070-8880-0352)으로 하면 된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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