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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남들은 모르는 오키나와의 매력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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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가 시작된 신들의 섬 구다카지마

자전거·도보로 여유롭게 둘러보는 여행

북소리가 이끄는 '에이사' 관람도

바쁜 일상에 지칠 때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사람에 치이는 복잡한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 대신 여유로운 휴양지였으면 좋겠다. 게다가 먼 곳은 긴 비행시간 때문에 꺼려진다. 이러한 바람을 채워주는 곳이 바로 오키나와다. 2016년에만 4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찾기에 나하 국제거리(那覇 ?際通り)·추라우미 수족관 같은 주요 관광지나 리조트 곳곳에선 한국말이 끊이지 않고 들리는 오키나와가 여유롭다고? 하지만 오키나와를 이렇게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오키나와를 다 아는 게 아니다. 한국인은 물론 일본 사람들 발길도 드문 작은 섬 구다카지마(久高島)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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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구다카지마 해변. 본섬의 북적거리는 다른 많은 해변과 달리 한적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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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본섬 남동쪽에 있는 구다카지마를 오키나와 사람들은 '신들의 섬'이라 부른다. 1879년 일본에 편입돼 오키나와현으로 불리기 전까지 오키나와는 류큐(琉球)라는 독립 왕국이었다. 구다카지마는 바로 이 오키나와의 선조가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설화가 시작된 곳이다. 이곳에 가려면 난조시(南城市) 아자마항(安座?港)에서 고속선을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섬에 도착하는 순간 나하 도심과는 전혀 다른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구다카지마는 주민 170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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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카지마를 일주할 땐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한다. 섬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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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은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섬을 일주할 땐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한다. 섬의 둘레 7.75㎞로, 자전거로 섬을 둘러보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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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자항 선착장. 오른쪽 하얀 배가 항구와 구다카지마 섬을 오가는 고속선이다.


섬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을 사람들은 섬의 신성한 구역을 해칠 것을 걱정해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도로를 포장하지 않았다. 또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일부 장소는 아예 사람들 입장을 통제한다. 구다카지마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가 이시키하마다. 선착장에서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숲길을 따라 난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로 15~20분 정도 달려가면 옆으로 난 조그만 길이 보인다. 나무에 '이시키하마(Ishiki Hama)'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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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섬 안에서도 더 신성한 곳으로 꼽히는 이시키하마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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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숲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푸른 해변이 펼쳐진다. 섬 주민들은 이곳에 아주 오래전 곡식을 담은 황금 항아리가 떠내려와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신성하게 여긴다. 섬을 안내한 주민 우치마 유지는 "섬 주민들은 돌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며 "매년 초 이 해변에서 조그만 돌을 가져다가 부적처럼 집에 두고 평온을 기원하고 12월 31일에 다시 해변에 가져다놓는 풍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너른 해변에 앉아 즐기는 그림같은 풍경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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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카지마 동쪽 끝인 가베루에서 나온 길. 섬 주민들은 오키나와의 땅과 사람을 만든 신이 이 길을 따라 섬으로 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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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길을 재촉해 섬 동쪽 해안 끝 '가베루'로 향했다. 류큐(오키나와의 옛 이름)의 땅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었다는 신 '아마미키요'가 내려온 곳으로 전해진다. 가베루에서 나와 섬으로 향하는 길은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곧은 길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될 만큼 인상적이다.

바다뱀·소바·빙수까지 먹거리 다양

섬 일주를 하다 배가 고파지면 선착장쪽으로 돌아와야 한다. 섬에는 식당 3곳이 있는데 모두 선착장 주변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향했다. 오키나와 대표 메뉴인 소바부터, 이라부(イラブ?, 바다뱀 요리), 사타안다기(サ?タ?アンダ?ギ?, 오키나와식 튀김과자) 등 다양한 메뉴를 판다. 건너편 식당도 메뉴와 가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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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카지마 한 식당의 이라부 요리. 바다뱀을 훈제해 말린 후 푹 끓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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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카지마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는 이라부다. 훈제한 바다뱀을 말리고 이를 국처럼 끓여내는데 움푹한 그릇엔 바다뱀 두 토막과 국물이 담아낸다. 가격은 1500엔(한화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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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오키나와 소바. 오키나와 사람들은 &#34;고향을 떠났을 때 가장 생각나는 메뉴&#34;라고 말한다. 이름은 소바지만 메밀가루를 넣지 않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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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소바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힐링 푸드로 불릴 만큼 즐겨먹는 메뉴다. 메밀가루를 넣지 않았는데도 소바로 불리는데 이는 오키나와에 처음 면이 들어왔을 때부터 그냥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일본 본섬의 소바와 혼동하지 않도록 '오키나와 소바'로 부른다. 돼지뼈와 가다랑어포로 낸 국물에 우동처럼 굵은 면을 담고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를 얹어낸다. 가격은 650엔(한화 63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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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소바와 더불어 오키나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간식 사타안다기. 도너츠처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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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안다기도 오키나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밀가루·설탕·달걀을 섞은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내 튀겨낸 것으로 달달한 맛이 꼭 도너츠 같다. 가격은 한 봉지에 300~350엔(한화 2900~3400원)오키나와 사람들에겐 어릴 적부터 집에서 만들어 먹던 간식이다. 아이의 첫번재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웃들에게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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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민요를 틀어놓은 작은 식당. 오키나와 향토 맥주인 오리온과 빙수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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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아닌 더위를 식혀줄 빙수나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면 선착장 입구에서 대각선 넘어 보이는 작은 식당을 추천한다. 오키나와 향토 맥주인 오리온 맥주와 간 얼음에 시럽, 시럽에 조린 강낭콩 등을 얹어 낸오키나와식 빙수 '젠자이'(ぜんざい)를 판다. 가격은 600엔(5800원)으로 11월까지도 섭씨 30도씨를 웃도는 오키나와의 더위를 한풀 식히기에 충분하다.

오키나와 일으킨 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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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민속춤인 에이사. 남자들이 북을 치며 공연을 이끈다. [사진 오키나와관광컨벤션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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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여유를 즐겼다면 이젠 문화를 즐길 차례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섬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를 쓰고 모래사장을 걸으며 노래를 부르고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춤을 췄다는 이들에게 예술은 삶의 일부다. 대표적인 게 에이사(エイサ?)다. 오키나와 명절 마지막날(음력 7월 15일)에 마을마다 청년들이 북을 치고 춤을 추며 마을을 행진하며 조상의 넋을 기린다. 엄숙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풍물놀이처럼 흥겹다. 에이사가 마음을 울리는 건 북소리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선 "오키나와 남자들이 가장 멋있을 땐 북을 칠 때"라는 말도 있다. 최근엔 오키나와뿐 아니라 일본, 헤외에서도 에이사 팀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들은 매년 열리는 세계 에이사 대회에 참가해 경연한다. 시내 공연장과 오키나와 국립극장에선 비정기적으로 에이사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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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전통 악기 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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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반짝반짝 작은별&#39;의 산신 악보. 30분 정도만 배우면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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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선 전통 악기 산신(三線)을 배워볼 수도 있다. 산신은 뱀가죽을 붙인 몸통과 기다란 나무 대에 세 개의 줄을 달아 만드는데 밝고 경쾌한 음색이 특징이다. 일본의 전통 악기엔 샤미센(三味線)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다. 나하시 국제거리에 자리한 복합문화시설 텐부스 나하(てんぶす那覇)에서 산신 강의가 열린다. 30분 정도만 배우면 '반짝반짝 작은별'같은 간단한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 산신 강사인 이시카와 요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섬에서 사람들은 산신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웃음을 되찾고 힘을 냈다"고 설명했다. 와보니 오키나와 사람들은 흥이 많았다. 어딜 가더라도 흥겨운 오키나와 민요가 들리고 작은 주점이든 국립극장이든 공연이 끝나면 공연하는 사람과 관람객 모두 일어나 함께 춤을 춘다. 주먹쥔 양손을 높이 들고 함께 춤을 춰보면 오키나와 특유의 흥에 푹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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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작든 크든 공연이 끝난 후엔 모두 함께 춤을 추는 게 오키나와의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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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 도심을 다니는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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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인천~오키나와(나하 공항)까지 2시간 15분이 걸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진에어·제주항공·티웨이 등 저가 항공사도 거의 매일 운항한다. 나하 도심과 해안 지역에 특급 호텔과 비즈니스 호텔, 호스텔 등 다양한 숙소가 있다. 오키나와에서 이동할 때 주로 렌트카를 이용한다. 아니면 나하 공항에서 슈리성까지 이어지는 모노레일을 추천한다. 모노레일은 이동하면서 넓은 창으로 나하 도심을 구경할 수 있다.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공항에서 슈리성까지는 30분 걸린다. 구간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성인 기준 150~330엔 정도다. 1일권(800엔)이나 2일권(1400엔)도 판매한다. 매표소와 각 역에 한글도 표기돼 있어 편리하다.

오키나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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