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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메르켈 親난민정책, 칼에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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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초과 수용 알테나시 시장 피습… 터키인 식당 주인이 구해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친화 정책을 옹호해 온 한 시장이 이에 앙심을 품은 시민으로부터 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총선에서 난민 이슈로 인해 극우 세력이 급부상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자유민주당ㆍ녹색당과의 정부 구성에도 실패한 메르켈 총리로서는 또 한번의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름 끼친다”라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소재 도시인 알테나의 시장 안드레아스 홀슈타인은 전날 저녁 케밥(터키식 고기요리) 음식점에서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렸다. 이 남성은 시장에게 접근해 신분을 확인하고는 “당신이 우리를 목말라 죽게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30㎝가량 되는 흉기를 휘둘렀다. 조사 당국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또는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범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홀슈타인 시장은 케밥집 사장인 터키 출신의 드미르 압둘라와 그의 아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민자 이슈로 죽을 뻔했다가 이민자의 손에 의해 살아난 셈이다. 목에 15㎝정도의 상처를 입은 홀슈타인 시장은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나를 도와주었다”며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홀슈타인 시장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총리의 난민 개방 정책을 적극 지지해온 인물이다. ‘난민에서 같은 시민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구가 1만7,000명인 소규모 도시 알테나에 국가가 배당한 수보다 100명 더 많은 370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이런 이유로 일부 시민들은 시장에 반감을 품어 왔다. 홀슈타인 시장은 이전에 협박 이메일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알테나에 거주하는 쥐르 겐 멘젤(41)은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알테나의 난민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떤 부분이 범죄를 자극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도이체벨레는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문제가 난민 때문이 아닌데 이런 문제가 모두 난민 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일부 있다”고 전했다.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극우적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도리스 베이여(74)는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분쟁으로부터 도망 나와 평화 속에서 살아가길 원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난민 수용 정책이 내 삶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헤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도 “혐오와 폭력에 관해서 인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난민 이슈는 메르켈 총리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지난 9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반(反)난민을 기치로 내걸고 제3당으로 부상한 데다, 최근에는 난민 문제에 관한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됐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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