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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friday] 지상과 천계… 신사와 사찰… 이 곳에선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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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카야마]

'동양의 산티아고' 구마노古道

1000년 역사의 순례길

일본 神道·불교 결합한 구마노 신앙의 본거지

'신들의 靈地'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태평양과 맞닿은 해변

다다미 깔아놓은 듯 켜켜이 쌓인 바위 위로

하얀 파도가 부서져 엔게쓰토 일몰도 장관

맛깔나는 해산물 넘쳐

와카야마 수산시장선 매일같이 참치해체 쇼

바로 구입한 해산물로 야외 바비큐도 가능

조선일보

도레토레시장은 간사이 사투리로 '지금 잡은 싱싱한 것'을 뜻하는 이름처럼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는 활기 가득한 수산시장이다. 태평양을 마주한 와카야마현에선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먹거리와 파도가 빚어낸 절경을 만날 수 있다. / 노중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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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노고도(熊野古道)로 가는 길은 아득하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도 남동쪽으로 치우친 험준한 기이(紀伊) 산지를 따라 굽이굽이 끝도 없이 이어진 산길을 달리고 또 달려가야만 한다. 유네스코가 '산티아고 순례길'과 함께 유일하게 세계유산으로 정한 순례길이다. 길의 역사는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들의 영지(靈地)'에 세워진 구마노의 3대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유구한 세월 수많은 이들이 걸었던 길은 아련하다. 오늘도 길 위에 순례객의 행렬이 이어진다. 길의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구마노고도~고야산, 순례자의 길

조선일보

1 와카야마 수산시장에선 매일 참치 해체 쇼가 펼쳐진다. 2 구마노나치타이샤에서 바라본 일본 최대 폭포인 나치폭포. 3 주상절리 암벽의 절경을 만나는 산단베키./ 노중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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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에 걸쳐 굳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구마노 지역은 '신들의 영지'로 여겨지던 신비로운 곳이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과 푸른 이끼가 어우러진 산의 모습은 신비롭고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옛사람들이 이곳을 '지상과 천계가 만나는 곳'이라 생각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곳에 구마노혼구타이샤(熊野本宮大社), 구마노나치타이샤(熊野那智大社), 구마노하야타마타이샤(熊野速玉大社)가 세워졌다.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도와 불교가 융합된 구마노 신앙의 본거지. 이 세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걸어온 길들을 통틀어 구마노고도라 부른다.

구마노고도에선 대나무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깊은 산을 따라 이어진 험난한 길을 걷는 동안 벗이자 의지가 되어주는 지팡이다. 잠시나마 순례자가 되어 지팡이를 짚고 돌계단을 올라본다. 까마득히 이어진 돌계단을 오르다 숨이 차오를 때쯤 일본의 옛 수도인 나라, 교토에서 출발해 30~40일을 걸어왔을 헤이안 시대의 순례객들을 떠올렸다.

순례길을 찾아 와카야마현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간사이 여행 코스에 와카야마를 추가하는 여행자도 많아졌다. 구마노고도만큼이나 사람들을 와카야마로 이끄는 곳이 고야산(高野山)이다. 1000m가 넘는 8개의 봉우리가 분지를 둘러싼 모습이 연꽃을 닮았다. 운명처럼 1200년이 넘도록 불교의 성지가 되어 수많은 사람이 찾는 산이 되었다. 진언종(眞言宗)의 발상지로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 약 3600개 사찰의 총본산인 곤고부지(金剛峯寺)를 중심으로 고야산에만 117개의 진언종 사찰이 있다.

울창한 산속에 자리 잡은 사찰은 고요하지만 힘이 넘친다. 압도적인 불교 건축물들과 때묻지 않은 자연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곤고부지와 단조가란 등 주요 건축물을 따라 유유히 걸어본다.

고야산의 진언종 사찰 가운데 52곳이 슈쿠보(宿坊)를 겸하고 있다. 일본식 템플스테이로 숙박을 하면서 간단하게나마 진언종 사찰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 쇼진(精進)요리를 맛본다. 고기나 생선을 제외하고 제철 채소로 차려낸 채식 식단이다. 고야산 특산물인 참깨로 만든 두부와 소바, 튀김 등으로 차려진 상은 소박하지만 단아하다.

태평양과 맞닿은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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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마노고도의 신비한 숲길. 천 년 이상 수많은 이들이 걸어간 순례의 길이다. 2 구마노의 3대 신사인 구마노혼구타이샤의 모습. 3 1000장의 다다미를 겹쳐놓은 듯한 센조지키의 바위들은 태평양의 파도가 만든 절경이다. / 노중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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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야마현은 태평양과 맞닿아 있다. 오랜 세월 태평양의 파도가 빚어놓은 장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라하마(白浜)의 풍경들도 아름답다. 1000장의 다다미를 겹쳐 놓았다는 센조지키(千 敷)는 이름처럼 널찍하고 납작한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다. 부드러운 사암이 부서지는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어 만들어졌단다. 신기한 바위들과 탁 트인 태평양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 한 장 남겨본다. 센조지키와 멀지 않은 곳에 산단베키(三段壁)가 있다. 2㎞에 걸쳐 펼쳐진 높이 50~60m에 달하는 주상절리 암벽으로 거친 파도가 절벽에 시원하게 부딪히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암벽 아래엔 해식동굴이 숨어 있다. 동굴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철썩거리며 파도 들이치는 동굴의 장관이 손에 닿을 듯하다.

엔게쓰토(円月島)의 일몰은 시라하마의 대표적인 장관으로 손꼽힌다. 섬 한가운데에 보름달을 닮은 둥근 구멍이 있는데 해가 질 때 이 구멍 사이로 둥글고 붉은 해가 떨어지면 묘한 그림이 된다. 하얀 모래사장 펼쳐진 시라라하마(白良浜) 해변도 아름답다.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 공수해왔다는 새하얀 모래가 눈부신 해변을 만들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야자수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에서 저 멀리 하와이를 상상한다.

서일본 어시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도레토레(とれとれ)시장은 간사이 사투리로 '지금 잡은 싱싱한 것'이라는 이름처럼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장 보러 나온 현지 사람들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시끌시끌한 시장엔 활기가 넘친다. 태평양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 즐비한 수산시장이지만 마트처럼 깔끔해 돌아보기 좋다. 매일 열리는 참치 해체 쇼는 놓치면 아쉬운 볼거리. 눈앞에서 싱싱한 참치가 부위별로 해체되는 풍경을 넋 놓고 보게 된다. 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해산물은 야외 바비큐장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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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와카야마현의 대표 명소들은 간사이국제공항과 오사카 시내에서 JR West와 난카이전철(南海電鐵)을 이용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간사이스루패스는 난카이전철등을 이용해 고야산으로, JR 간사이와이드패스는 시라하마와 구마노고도로 이동할 때 유용하다.

숙박: 고야산의 '슈쿠보(宿坊)'에선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고야산슈쿠보협회 홈페이지(http://eng.shukubo.net)에서 예약 가능하다. 섬 전체가 호텔인 '호텔 우라시마'에선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동굴온천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 '메하리스시(目はりすし)'는 갓잎에 간장을 찍어 밥을 싼 주먹밥. 구마노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예로부터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간편하게 먹던 도시락 메뉴다. '가게로우'는 와카야마를 대표하는 과자. 폭신폭신한 빵 속에 촉촉한 크림이 들어 있다.

취재 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http://www.welcometojapan.or.kr/jroute)

[와카야마(일본)=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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